수조 앞에서
◈송경동◈
아이 성화에 못 이겨
청계천 시장에서 데려온 스무 마리 열대어가
이틀 만에 열두 마리로 줄어 있다
저들끼리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과정에서
죽임을 당하거나 먹힌 것이라 한다
관계라니,
살아남은 것들만 남은 수조 안이 평화롭다
난 이 투명한 세상을 견딜 수 없다.
---------------------------------------------------------------
▶송경동=(1967~ ) 집안의 가난으로 인해 일찍부터 세상에 나가 생계
를 꾸려야 하는 고단한 삶을 살아온 시인이며 그 삶의 이력에는 구로
공단에서의 생활도 포함된다.열악한 환경에서도 독학으로 시를 공부,
2001 년 < 시를 여는 세상> 과 < 실천문학> 을 통해 등단하였고,
2006 년 출판사 "삶이 보이는 창" 을 통해 시집 "꿀잠"을 내기도 했다.
송 시인은 낮고 어두운 세계에 대한 연민과 희망의 미학을 새롭게 구축
해 나가는 작가이다..." 천상병시문학상, 신동엽문학상 등을 수상
수조 속 풍경이 끔찍한 것은 그것이 인간 세계의 폭력적 예각을 투명하게 되비쳐주기 때문
이다. 한정된 공간에서 한정된 재화를 놓고 싸우는 승자 중심의 세상은 “죽임을 당하거나
먹힌 것”들에 대한 애정이 없다.
“살아남은 것들만”의 평화라니, 얼마나 잔인한가. 짐승성의 단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타
자에 대한 “조건 없는 환대의 법”을 모든 “조건적 법들”의 위에 놓아야 한다. 실현 불가능
한 ‘사랑’을 꿈꿀 때, 인간은 짐승의 상태에서 서서히 벗어난다.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joins.com/2016.04.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