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벚꽃
◈김정수◈
정오에 꽁지머리 달랑대는 물음표
바람의 계산법은 도무지 알 수 없어
이제는 엷은 꽃잎을 하늘에다 내거는 일
당신이 내 곁에 와 헤프게 구걸할 때
사월 훔친 도벽사 새하얀 거짓말들
흰 구름 눈치도 없이 가다 말고 머뭇대다
햇살이 화려체로 필사하는 봄 문장
산비탈 묵은 기와집 열어젖힌 꽃살문
여덟 겹 날개 하르르 나비들의 저 뒤태
*도벽사 : 한옥을 지을 때 벽에 새하얀
회를 바르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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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수=경북 영일 출생.
'화중련' 신인상, 국제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2014년).
제2회 울산시조문학 작품상. 시조집 '서어나무 와불'
〈시작노트〉
어릴 적 산벚나무에 꽃봉오리가 맺힌 가지를 꺾어 와 담장 밑에 꽂아두고 며칠이고 기다렸
다. 환한 대낮 벚꽃이 활짝 피어났을 때 꽁지머리 묶은 나는 나비처럼 하르르 날고 싶었다.
꽃이 질 때면 수천 마리 나비떼로 날려 보내고 가슴앓이했다.
산자락 붉은 꽃물이 가슴에도 아프게 묻어나곤 했다. 산벚나무는 팔만대장경을 새겼기에 대
장경나무라고도 한다. 꽃이 떠난 자리 파릇한 잎이 돋으면 내 척박한 마음밭에 내린 시조의
뿌리를 튼실히 다듬어야 하리라.
kookje.co.kr/2016-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