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음악 - 진흙 속의 연꽃
朝鮮의 그리움
◈허난설헌◈
해맑은 가을 호수는 옥처럼 새파란데
(秋淨長湖碧玉流)
연꽃 우거진 곳에 난초배를 매었네
(荷花深處繫蘭舟)
물 건너 님을 보고는 열매 따서 던지곤
(逢郞隔水投蓮子)
행여나 누가 봤을까 반나절 부끄러웠죠
(遙被人知半日羞)
-허난설헌作 <연 따는 노래(采蓮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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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난설헌=(1563년 ~ 1589년)
호는 난설헌, 또는 난설화라고도 알려져 있으며
현재 역사책 등지에서는 허난설헌으로 굳어진
상태이다. 본명은 초희(楚姬), 자는 경번(景樊),
본관은 양천(陽川). 허균의 누나이다
■조선 중기 여성 시인 허난설헌의 시다. 이 시는 매우 회화적이다. 연꽃이 가득 피어 있는
호수에서 놀다 사랑하는 사람을 발견하고는 열매(蓮子)를 던지는 장난을 치고 부끄러워 어
쩔 줄 몰라하는 처녀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처럼 그려진다.
남녀가 유별했던 엄혹한 시대를 살면서 이런 표현을 시에 담아냈다는 것이 놀랍다. 너무나
상큼해서 현대에 쓰인 시처럼 느껴질 정도다. 인간의 감정과 욕망이 조선시대라 해서 얼마
나 달랐겠는가. 아무리 폐쇄적인 사회라해도 인간의 그리움은 존재했을 것이다.
떨리는 마음으로 한 자 한 자 시를 썼던 난설헌의 심정이 와 닿는다. "반나절 부끄러웠죠"라
는 깜찍한 표현이 자꾸만 머릿속에 맴도는 건 왜일까.
[허연 문화부장(시인)][시가 있는 월요일]
2016.04.24/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