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준 위로, 바다
◈김형영◈
땅끝 마을에 와서
수평선 바라보는 날이여
무수한 배는
넘을 수 없는 선을
넘어오고 넘어가는데
내 그리움 하나
실어 나르지 못하고
어느덧 깊어 버린
오늘 또 하루
-김형영 作 <수평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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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영=(1945∼ )전북 부안 출생,
1966년 《문학춘추》 신인작품,
1967년 문공부 신인예술상 당선으로 등단.
시집 『침묵의 무늬』『모기들은 혼자서도 소리를 친다』『다른
하늘이 열릴 때』『기다림이 끝나는 날에도』『새벽달처럼』등.
현대문학상, 한국시인협회상, 서라벌문학상 수상.
■ 수평선을 바라본다는 건 무엇인가를 그리워한다는 것과 동일한 말이다. 해변에서 먼바다
를 바라본 적이 있는 사람이면 안다. 그 바다가 얼마나 큰 그리움이었는지. 바다는 우리를
겸손하게 만들어준다. 바다 앞에 서 보면 안다.
바다는 내가 얼마나 보잘것없는존재인지를 알게 해주고 오만하게 살아왔던 날들을 반성하
게 해준다. 바다는 우리들의 고해소(告解所)다. 죄와 어리석음을 뉘우치는 장소다.
먼 수평선을 바라보면서 그리움 하나 실어 나르지 못하는 내 자신을 뉘우치는 고해의 장소
다. 그래서 우리는 좌절했을 때도, 외로울 때도 바다로 간다. 바다 앞에서 자신을 털어놓으
며 우리는 살아갈 힘을 얻는다. 바다는 완벽하지 못한 인간에게 자연이 준 위로다.
[허연 문화부장(시인)] [시가 있는 월요일]
mk.co.kr/2016.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