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속에 마주한 生
◈김초혜◈
길바닥에
혼자 서 있다
도망갈 길이 없다
누구와도
바꾸어 치를 수 없는
누수(漏水)
방황일 때
그가 내민 손도
방황이었다
-김초혜作<병(病)에 갇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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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혜=충북 청주 출생 동국대 국문과를 졸업
1964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 ‘떠돌이별’, ‘사랑굿1’,
‘사랑굿2’, ‘사랑굿3’, ‘섬’, ‘어머니’, ‘세상살이’, ‘그리운 집’,
‘고요에 기대어’, ‘사람이 그리워서’, 시선집 ‘빈 배로 가는 길’,
‘편지’, 수필집 ‘생의 빛 한줄기 찾으려고’ ‘함께 아파하고 더불어
사랑하며’ 등 한국문학상, 한국시인협회상, 현대문학상, 정지용
문학상 등을 수상한국현대시박물관장을 역임하였다
■몸이 아플 때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민낯을 마주하게 된다. 누구도 대신 아파 줄 수 없기
에, 그 순간 생은 처절하게 혼자다. 시인은 그 순간을 절묘하게 포착해냈다. 아프다는 것은
'누수(漏水)'다. 빈틈없고 탄탄할 것 같았던 몸이 헐거워진 것이다.
그리고 또, 아프다는 것은 도망갈 길도 없이 혼자 길 위에 서 있는 것과 같다. 오롯이 혼자
감당해야 하는 전쟁이니까. 압권은 후반부다. 아픔 속을 헤맬 때 누군가 내밀어주는 '손'조
차 아픔이었다는 부분이다. 아픔은 나 자신과의 싸움일 뿐이니까.
신은 아마 인간에게 오만하지 말라고 '고통'이라는 걸 주었을 것이다. 혼자라는 것을 처절
하게 느끼라고, 아프지 않을 때 교만하지 말라고, 겸손하라고….
[허연 문화부장(시인)] [시가 있는 월요일]
mk.co.kr/2016.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