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주는 사랑
◈김남조◈
나의 밤기도는
길고
한 가지 말만 되풀이한다.
너를 위하여
나 살거니
소중한 건 무엇이나 너에게 주마.
이미 준 것은
잊어버리고
못다 준 사랑만을 기억하리라.
나의 사람아.
눈이 내리는
먼 하늘에
달무리 보듯 너를 본다.
오직
너를 위하여
모든 것에 이름이 있고
기쁨이 있단다.
나의 사람아.
- 김남조 作 <너를 위하여> 中
--------------------------------------------------------------
▶김남조=(1927∼)대구 출생. 서울대 국어교육과 졸업.
48년 연합신문에 ‘잔상’을 실으며 등단했다.
시집 ‘겨울바다’, ‘설일’, ‘밤 기도’, ‘편지’, ‘그대가 나에게’ 등
84년 한국시인협회 회장을 역임했고
98년 문화관광부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현재 숙명여대 명예교수·대한민국예술원 회원
■ 맑고 아름다운 시다. 꼭 있어야 할 말들이 꼭 있어야 할 자리에 다소곳이 자리 잡고 있다.
사랑 때문에 기도해 본 일이 있는가. 사랑 때문에 하염없이 하늘을 바라본 일이 있는 사람은
안다. 사랑이 얼마나 긴 기다림이고, 얼마나 절대적인 희생인지.
이 시를 읽으면 '겸허'라는 단어를 생각하게 된다.모든 것의 이름과 모든 것의 기쁨이 오로
지 그대만을 위해 존재한다는 겸허함. 그 앞에서 사랑은 더욱 높게 빛난다. 이미 준 것은 잊
어버리고, 못 다 준 것만을 안타까워하는 마음, 이것이 사랑의 절대 경지가 아닌가 싶다.
시를 읽으며 경건한 사랑의 가치를 다시 떠올린다. 사랑하는 대상이 그 누구든 경건함이 없
는 사랑은 흘러가는 감정에 불과할 테니까. 지금 이 순간도 시를 궁리하고 계실 구순을 앞둔
노 시인에게 경의를 표한다.
[허연 문화부장(시인)] [시가 있는 월요일]
mk.co.kr/2016.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