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초꽃과 자전거
◈장철문◈
풍선 속처럼 부푼
하늘 밑에는
마구 뜯어 던진 구름
구름 밑에는
새,
그 아래
내 자전거
뚝방길은 망초꽃을 데리고 자꾸 뒤로 밀리고
구름 그림자는 벼논 위를 마구 달려 앞질러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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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철문=(1966~)전북 장수 출생 연세대 국문학과를 졸업
1994년 <창작과비평>으로 등단 시집으로『바람의 서쪽』
(1998)『산벚나무의 저녁』(2003)이 있고, 동화로『노루 삼촌』
(2002)『심청전』( 2003)『나쁜 녀석』(2003)『흰 쥐 이야기』등
문장 웹진의 편집위원을 역임
저 아래편에 벼가 푸르게 자라는 논이 있다. 자라는 벼를 핥듯 논 위로는 구름 그림자가 지
나간다. 시인은 자전거를 타고 방죽을 달린다. 여름날이어서 방죽길가에는 하얀 망초가 한
창 흐드러지게 피었다. 시인의 자전거 바퀴는 쾌속으로 여름 속을 내달린다. 새도 쏜 화살
과 같이 빠르게 날아간다. 시원하게 불어가는 맑고 서늘한 바람처럼.
구름도 높이 떠 들판을 지나가고 산봉우리를 넘어간다. 구름은 밀가루를 반죽해 공중에 떼
어 던진 것 같다. 마치 어머니께서 수제비를 만드실 때처럼. 아무튼 구름도 새도 자전거도
망초꽃도 뚝방길도 구름 그림자도 벼논도 풍선처럼 부푼 하늘 아래 있다. 어머니께서 머리
에 광주리를 이듯 하나의 여름 하늘을 똑같이 이고 있다.
문태준 시인 [가슴으로 읽는 시]
Chosun.com.2016.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