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 하
◈박노정◈
아래만 어찌 슬하겠는가
공중에서 내려주는 송이 눈도 슬하
주루룩 비 내리는 오후도 슬하
별빛 내리는 시간에 어미 소도
새끼를 쳤다
살펴보면 슬하 아닌 것이 없다
슬하 축복, 축복 슬하를
하루 내내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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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정=(1950~ )경남 진주 출생(1950)
△《호서문학》(1981),《우리문학》(1989) 등단
△진주신문 발행인 겸 편집인
△진주문인협회 회장 역임
△경남현대불교문인협회 고문. 진주화요문학 회장
△국제펜클럽 경남지역위원회 회원
△진주민족예술상 수상
△시집『바람도 한참은 바람난 바람이 되어』,
『늪이고 노래며 사랑이던』
'슬하(膝下)'라는 말은 누군가의 거느림과 아래에 있다는 뜻이다. 누군가의 곁이나 품 안이
나 그늘에 있다는 뜻이다. 누군가로부터 보호를 받는다는 뜻이다. 시인은 '슬하'라는 말을
좀 크게 이해한다. 위아래 구분없이 누군가의 자애를 받는다면 그것 또한 누군가의 슬하에
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모든 존재가 서로서로 슬하의 관계에 있다고 말한다. 삼라만상이
협력하고 돕는 관계에 있다고 말한다.
슬하가 되는 일은 낮은 몸이 되는 것이다. 낮은 몸이 되어 누군가에게 편입되는 것이다. 편
입되어서 만약 그이가 속울음을 울면 그이와 함께 속울음을 우는 것이다. 시인은 '정신의 독
을 빼는 것은 눈물이다'라고 썼는데, 그이의 쓸쓸함과 아픔을 함께 느껴 동병상련하는 것,
그것이 사랑이며 슬하가 되는 일이다.
문태준 시인 [가슴으로 읽는 시]
Chosun.com/2016.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