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화채
◈정미혜◈
우물에 담가 둔 수박
슬슬 끌어올리면
수박만 한 웃음이 가득
두 쪽으로 쫙 가르면
큰 양푼이에 쏟아지던
아이들의 환호성
얼음집에서 사 온 사각 얼음
톡톡 깨어 넣을 때
숨죽이고 침을 꼴깍
설탕을 솔솔 뿌릴 즈음
우르르 오남매의 숟가락질
순식간에 사라진 수박화채
여름밤 옹기종기 평상에 앉아
바람과 별님과 함께 먹었던
엄마 어릴 적 수박화채
---------------------------------------------------------------
▶정미혜=2006년 부산아동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 시작. 2013년 부산문화재단 창작기금 받음.
동시집 '내 몸속의 시계'(2014년).
< 시작 노트 >
어린 시절 냉장고 있는 집이 드물었던 그때, 우리 집의 유일한 석빙고는 우물이었다. 두레박
에 줄을 단단히 매어 수박을 우물물에 담가 두었다가 온 가족이 둘러앉아 먹었던 여름밤. 특
별히 수박화채 먹는 날은 더욱 기다려지는 날이었다. 귀한 얼음과 수박이 어우러진 별미를
맛보는 날이었기 때문에…. 지금은 흔한 수박과 얼음이지만, 그때 그 맛을 실감 나게 설명해
주며 재미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kookje.co.kr/2016-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