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한 아침
◈이태수◈
새벽에 창을 사납게 두드리던 비도 그치고
이른 아침, 햇살이 미친 듯 뛰어내린다
온몸이 다 젖은 회화나무가 나를 내려다본다
물끄러미 서서 조금씩 몸을 흔든다
간밤의 어둠과 바람 소리는 제 몸에 다 쟁였는지
언제 무슨 일이 있기라도 했느냐는 듯이
잎사귀에 맺힌 물방울들을 떨쳐 낸다
내 마음보다 훨씬 먼저 화답이라도 하듯이
햇살이 따스하게 그 온몸을 감싸 안는다
나도 저 의젓한 회화나무처럼
언제 무슨 일이 있어도 제자리에 서 있고 싶다
비바람이 아무리 흔들어 대도, 눈보라쳐도
모든 어둠과 그림자를 안으로 쟁이며
오직 제자리에서 환한 아침을 맞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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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수(李太洙)시인=1947년 경북 의성에서 출생.
1974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그림자의 그늘』, 『우울한
비상의 꿈』, 『물 속의 푸른 방』, 『안 보이는 너의 손바닥 위에』,
『꿈속의 사닥다리』, 『그의 집은 둥글다』, 『안동 시편』, 『내
마음의 풍란』, 『이슬방울 또는 얼음꽃』, 『회화나무 그늘』 등
대구시문화상(문학)과 동서문학상, 한국가톨릭문학상,
천상병시문학상, 대구예술대상 수상. 매일신문 논설주간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