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록강
◈황주경◈
강 저 깊은 곳에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찢어
소리 없이 떠오를 것 같은 피비린내 대신
달큰한 젖냄새가 났다
망원경으로 들여다 본 양강도 혜산 강변,
빨랫방망이로 봄을 깨우다 말고
보채는 아이에게
가슴을 풀어 젖을 물리는
아낙네가 보였다
아, 저이들은 자식을 위해
목숨 걸고 강을 건너는
구걸도 서슴지 않는
아이를 안고 국경도 뛰어넘는
철조망 저편의 우리 어머니였다
강에서는 젖냄새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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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주경=경북 영천 출생.
'문학과 창작' 신인상 수상.
제 9회 문학21(시 부문) 문학상 수상.
울산작가회의 편집주간.
<시작노트>
제 아무리 얼어붙은 강일지라도 봄이 되면 강물은 흐르고 아낙들은 빨래를 이고 강가로
나온다. 이때의 강은 경계가 아니라 중심이다. 비록 그 강이 국경을 이루는 역사적인 그
무엇일지라도. 유사 이래 이성적인 역사도 없었지만 이성적인 어머니도 없었다.
kookje.co.kr/2016-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