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성천(乃城川)의 가을
◈김윤철◈
경북 봉화 내성천변 차 안에서 일박(一泊)하고
젖은 몸을 말리려 너럭바위에 누웠는데
새하얀 조각구름 하나 저 혼자 몸을 빈다
문수봉 혼자 넘던 큰고니 같았다가
갈대숲을 휘젓는 오목눈이 울음 같더니만
보육원 동무 얼굴처럼 가뭇없이 흩어진다
구름 한 점 없는 가을하늘은 망망대해 같아서
그 바다에 눈물 마른 나뿐이라 생각하는데
검붉은 고추잠자리가 내 이마를 짚고 난다
---------------------------------------------------------------
▶김윤철=(1956~ )1997년 <신세대문학> 시조집 <봄볕,
한나절은> 오늘의시조시인회 회원 한국시조시인회 회원
여위는 가을 천변 차 안에서 혼자 일박을 한 사내의 외로움이 우묵하다. '가을은 남자의 절'
이라는 말도 있지만 누구에게나 고독을 더 안기는 계절. 주어진 만큼 익히고 물들이고 떨어
지며 제 몫을 다하는 자연의 소임 앞에 서면 더 보잘것없이 쓸쓸해지기도 한다.
그런 즈음 너럭바위에 누워 망연히 올려다본 가을 하늘. 드넓은 '망망대해'에서 '큰고니'를
보다가 '오목눈이 울음'을 보다가 '보육원 동무 얼굴'을 보는 외로움에 같이 먹먹해진다. 그
얼굴마저 '가뭇없이 흩어'질 뿐 그리움 톺아보는 곁에는 바람만 가득한 그때. 세상에 '눈물
마른 나뿐'임을 되작이는 '이마를 짚고' 사뿐 나는 고추잠자리가 있다! 삶은 혼자가 아니라
는 듯.
정수자 시조시인 [가슴으로 읽는 시조]
Chosun.com/2016.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