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약돌
◈윤현자◈
달각달각 구르다가
동글동글 맴돌다가
매몰찬 동댕이에도
또록또록 눈을 뜨고
쪼매한
몸뚱아리를
다시 곧추세운다.
지나온 골목골목
눈물만 있었으랴.
날 선 각을 벼리고
모난 구석 궁글리는 동안
파도도
지우지 못한
원 하나를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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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자=(1960~ )1960년 충북 청주 출생
1995년 중앙일보지상시조백일장 연말 장원 등단
2002년 시조집 '그래, 섬이 되어 보면' 출간
2003년 3인 공저 시조집 '차마, 그 붉은 입술로도' 출간
2007년 시조집 '다문다문 붉은 꽃잎' 출간
한국시조시인협회원, 충북시조문학회부회장, 뒷목문학회원
모양말, 소리말이 두드러지는데 그것대로 재미있게 굴러간다. 자칫 낭비일 수 있는 '달각
달각' '동글동글' '또록또록' 같은 부사어들이 제 품만큼은 말을 품어 다듬어내기 때문. 그
덕에 돌멩이 역시 '또록또록 눈을 뜨'는 직시와 오기로 거듭날 수 있는 것이다.
'매몰찬 동댕이'를 받아내며 '모난' 것들을 '궁글리는' 돌멩이들의 나날. 그러는 동안 각진
모양도 예쁘게 잡혀가고 뜻밖의 무늬도 얻는다. 오랜 후에는 '파도도/지우지 못한/원 하나
를 품'기도 한다. 작은 대로 세계를 품는 조약돌의 순명(順命)이자 살아가는 방식이겠다.
돌아보면 치이고 차이는 돌멩이처럼 왜소해지는 모습들이 많다. 그래도 '쪼매한/몸뚱아리
를' 보란 듯이 '곧추세'우며 정글을 살아간다. 차이면 또 그 자리에서 일어나 '또록또록' 나
아갈 것! 그러지 않고서야 갈수록 벅차오는 삶을 어찌 품을 것인가.
정수자 시조시인 [가슴으로 읽는 시조]
Chosun.com/2016.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