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밤하늘
◈정현종◈
옛날엔
별 하나 나 하나
별 둘 나 둘이 있었으나
지금은
빵 하나 나 하나
빵 둘 나 둘이 있을 뿐이다
정신도 육체도 죽을 쑤고 있고
우리들의 피는 위대한 미래를 위한
맹물이 되고 있다
최근의 밤하늘을 보라
아무도 기억하지 않고 말하지 않는
어떤 사람들의 고통과 죽음을
별들은 자기들의 빛으로
가슴 깊이 감싸 주고 있다
실제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우리들을 향하여
流言 같은 별빛을 던지고 있다
---------------------------------------------------------------
▶정현종=(1939~ )서울출생
1965년『현대문학』을 통해 시단에 등단
시집『사물의 꿈』『나는 별아저씨』『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한 꽃송이』『세상의 나무들』
『갈증이며 샘물인』 『고통의 축제』『달아 달아 밝은 달아』등
한국문학작가상·연암문학상·현대문학상·이산문학상·등을 수상
근대 이전까지 별은 낭만과 이상(理想)의 시뮬라크르(simulacre)였다. 별 세던 밤에 이제는
빵을 센다. 이 지독한 물화(物化)의 터널을 관통하면서 우리들의 “피”는 “맹물”로 변했다.
타자의 고통에 응답하지 않는 우리를 대신해, 별이 아픈 자들을 껴안는다. 별이 말을 건넨
다(“流言”). ‘너, 어디 있느냐’고. 별의 질문에 ‘여기 있다’고 응답할 때, ‘윤리적 주체’(E 레
비나스)가 탄생한다.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joins.com/2016.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