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닥불
◈안영희◈
아무도
혼자서는 불탈 수 없네
기둥이었거나 서까래
지친 몸 받아 달래준 의자
비바람 속에 유기되고 발길에 채이다 온
못자국 투성이, 헌 몸일지라도
주검이 뚜껑 내리친 결빙의 등판에서도
불탈 수 있네
바닥을 다 바쳐 춤출 수 있네
목 아래 감금된 생애의 짐승 울음도
너울너울
서로 포개고 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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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희=광주출생
1990년 시집 《멀어지는 것은 아름답다》를 발표하면서
시작 활동 시작. 시집으로 《내 마음의 습지》 《가끔은
밖에서 바라볼 일이다》 《물빛창》 《그늘을 사는 법》
《멀어지는 것은 아름답다》 등이 있고, ‘흙과 불로 빚은 詩’-
안영희 도예 개인전을 개최한 바 있다
현재 계간 『문예바다』 편집위원
모든 존재는 ‘관계’적이다. 결핍이 관계를 만든다. 관계는 완성을 향한 (결핍자들의) 복잡한
회로(回路)다. 밥은 반찬을 끌어당기고 해바라기는 푸른 가을 하늘에 손을 흔든다. ‘나’와
포개진 ‘나’ 주위의 사물과 사람이 ‘나’를 구성한다. 이 놀라운 인접성이 혼자서는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한다. 우리가 서로 안고 포개질 때, 사랑의 “모닥불”이 피어난다.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joins.com/2016.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