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범죄
◈김금용◈
청둥오리 한 마리가
호수에 빠진 하늘을 밀며 간다
푸른 동아줄을 목에 매고
삼각형으로 물길을 쪼갠다
물살은 쫓아가며 재빠르게
부서진 하늘과 흰 구름을 거둬 낸다
붉은 잉어가
못 본 척
물밑으로 숨어든다
----------------------------------------------------------------
▶김금용=(1953~ )동국대 국문과 졸업. 중국 베이징
중앙민족대학원 졸업. 1997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광화문 쟈콥』『넘치는 그늘』『핏줄은 따스하다,
그리고 아프다』 번역시집 『문혁이 낳은 중국현대시』,
『나의 시에게』 등 있음. 펜번역문학상. 동국문학상 수상
인간의 의식과 무관하게 자연은 스스로의 합목적성에 따라 움직인다. 하늘은 호수에 비치고,
그 하늘을 밀며 청둥오리 한 마리가 지나간다. 그 뒤를 물살이 따라가며 “부서진 하늘과 흰
구름을 거둬 낸다”.
이 모든 것을 “못 본 척”하는 잉어는 자연의 합목적성에 순종하는 순한 눈의 소유자다. 그것
을 지켜보고 있는 시인도 이 모든 풍경에 아무런 개입을 하지 않는다. 도무지 인위성이 끼어
들 자리가 없으므로 자연은 “완전범죄” 같다.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joins.com/2016.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