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 확인
◈최금녀◈
지리산에서 날아온 눈 소식 한 컷
폭설로 길을 잃어버린
얼간이 새가
눈 속에 빠뜨리고 간 여린 알
산수유 열매가
저 혼자 눈 속에서 부화하는
이 겨울
지리산에서 보내온 눈 소식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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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금녀=(1939~ )1998년 《문예운동》시를 통해 등단.
시집으로 제 1시집 『들꽃은 홀로 피어라』, 제 2시집
『가본 적 없는 길에 서서』 , 제 3시집 『내몸에 집을 짓는다』 ,
제 4집 일본어 번역시집 『그섬을 가슴에 묻고』(東京文藝館) ,
제 5시집 영어시집 『저 분홍빛 손들』이 있음.
현대시인상, 미네르바 작품상, 충청문학상한국문학비평가
협회상 수상. 서울신문과 대한일보 기자 역임.
시는 세계를 있는 그대로 재현하지 않고 재구성한다. 이 재구성의 다른 이름이 은유이다.
은유는 한 세계를 다른 세계로 “부화”시킨다. 흰 눈과 그 안에 빠져 있는 빨간 산수유 열
매의 시각적 대조도 눈부시지만, 그 산수유를 “폭설로 길을 잃어버린/ 얼간이 새가/ 눈 속
에 빠뜨리고 간 여린 알”이라고 명명하니, 이 겨울 소식은 얼마나 환하고 따뜻한가.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joins.com/2016.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