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인과 영웅의 삶
◈육 유◈
저녁 어스름 연기 나는 그곳에 집을 짓고
티끌 만한 세속의 일도 상관하지 않으리
좋은 술 다 따라 마신 뒤 대밭에 들어
'황정경`을 읽고 드러누워 산을 보네
유유자적하기를 탐내다 보니
쇠잔해지든 말든 상관하지 않네
가는 곳마다 활짝 웃으면 또 어떠리
하지만 조물주의 생각은 우리와 달라서
영웅조차 늙게 만드는 걸 예사로 여기네
- 육유作 <자고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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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유=(陸游, 1125~1209)는 남송(南宋)대 시인으로,
자(字)는 무관(務觀)이고 호(號)는 방(放)옹(翁)이며,
월주(越州) 산음현(山蔭縣)-지금의 절강성(浙江省) 소흥시(紹興市)
역대 중국 시인들 중 가장 많은 시를 남기고 있는 시인이기도 합니다.
77세 때인 송(宋) 가태(嘉泰) 원년(1201)에 쓴 <술 약간 마시고 매화
아래에서 쓰다(小飮梅花下作)> 시에서 이미 ‘60년 사이 1만 수를 썼
구나(六十年間萬首詩)’라 하였고 이후에도 3000여 수의 시를 남겼
습니다. 주요 저서로는 <검남시고(劍南詩稿)> 85권이 있습니다.
■ 육유(陸游)는 남송의 대표적인 시인이다. 이 시는 금나라에 대한 항전을 주장하다 반대파
의 미움을 사 관직에서 쫓겨난 뒤 쓴 작품이다. 육유는 칩거시절 4년 동안 많은 시를 남겼다.
시는 경호(鏡湖) 인근 작은 마을에 집을 짓고, 술과 독서로 소일하면서 평화롭게 사는 모습을
그리을고 있다. 재미있는 건 후반부의 반전인데 이 부분이 압권이다.
아무리 유유자적하려고 해도 조물주가 도와주지 않는다는 한탄은 면직상태에서도 세상 일
을 버리지 못한 육유의 솔직한 심정을 잘 보여준다. 실제로 육유는 일부 시기를 제외하고는
평생 최전선에서 북벌을 주장했던 정치가이자 군인이었으며 애국시인이었다. 야인과 영웅
의 삶을 놓고 평생 갈등했던 육유. 그가 정말 원했던 삶은 어떤 것이었을까?
[허연 문화전문기자(시인)]
mk.co.kr/2016.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