눌려진 깡통
◈문성해◈
참 요란하게도 돌아다녔다
내 몸은 통울대로 만들어진 모양
살짝만 건드려도
도시 구석구석 감춰진 소리들이 다 도망친다
누가 나를 이 차도 한복판에 차버렸을까
두개골을 우그러뜨리며 바퀴들이 지나간다
이제 바람의 희롱에
요란하게 구르지 않아도 된다
내장이 터진 생쥐와 함께
점점 납작하게 길이 되어가는 동안,
그간 내 목청에 가려 한 번도 듣지 못했던
새소리, 바람 소리 같은
은밀한 소리들이 들려온다
더 많은 소리들을 듣기 위해
납작하게 눌려진 코끼리 귀 한쪽
더욱 넓고 평평하게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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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해=1963년 경북 문경에서 출생
매일신문 신춘문예(1998)와 경향신문
신춘문예(2003)에 당선되면서 문단에 본격 데뷔했다.
시집으로 『자라』, 『아주 친근한 소용돌이』, 『입술을
건너간 이름』 등이 있으며 대구시협상, 김달진문학상
(젊은시인상)을 수상한 바 있다.
구르는 깡통은 귀가 없구나. 제 소리에 제 귀가 멀어 남의 말 알아듣지 못 하는구나 했더니
그나마 바람이 불러주는 소리였구나. 속 빈 깡통 버리자 해도 어려운 시절 건너온 순한 이
들이 아까워 높은 데 두더니, 출처 없는 바람에도 데굴데굴 구르는구나.
온 동네 온 나라 평안한 잠 깨우며 굴러다니더니 마침내 이리저리 발길에 차이는구나. 이제
입뿐인 깡통이 귀가 될 시간. 귀 기울이지 못했던 아프고 낮은 목소리들 들으며 한없이 얇아
져 숭고한 길이 될 시간.
<시인 반칠환>[시로 여는 수요일
hankooki.com/2016-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