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둘 수 없는 것
◈테드 휴스◈
사람들이 몰려서서
꿈을 꾸는 아이 같은 눈으로
최면에 걸린 듯 바라보고 있는 곳에
한 짐승의 우리가 있다
그곳엔 어둠에 익숙해진 눈으로
철창을 서성이는 분노에 찬 재규어가 있다
분노에 차서 차라리 눈은 멀었고
머릿속 핏줄이 요동치는 소리에
귀가 먹은 채
창살 사이를 맴돌고 있다
그러나 비전을 가진 자를 가둘 수 있는
철창은 없다
그의 발걸음에는 야생의 자유가 있다
재규어가 내딛는 느린 발뒤꿈치에서
지구는 굴러간다
철창 바닥에 지평선이 다가선다
-테드 휴스作 <재규어>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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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드 휴스=(Edward James "Ted" Hughes, OM,
1930년~ 1998)는 영국의 시인, 아동문학가이다.
1984년부터 사망할 때까지 영국 계관 시인이었다.
■ 철창 안에 갇힌 재규어를 형상화한 시다. 실비아 플래스의 남편으로도 유명한 영국의
시인 테드 휴스는 이른바 `동물시`를 많이 썼는데 그중 한편이다. 재규어를 가두어놓은
우리가 눈앞에 있는 듯 생생하면서도 남성적인 묘사가 빛난다.
철창은 재규어의 몸을 가두어 놓을 수는 있지만 재규어의 정신(야생성)만은 가두지 못한
다. 휴스는 그것을 `비전`이라고 말한다. 세상에 "비전을 가둘 수 있는 철창은 없다"는
시인의 문장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비록 몸은 우리에 갇혀 있지만 비전만은 포기하지 않는 재규어가 비장하고도 아름답게 느
껴진다. 비전을 포기하지 않았기에 재규어의 발밑에선 지구가 돌고 지평선이 다가선다.
묵직한 상징을 품고 있는 시다.
[허연 문화전문기자·시인] [시가 있는 월요일]
mk.co.kr/2016.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