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의 단상 2 ◇이해인◇ 누가 아프다고 하면 죽었다고 하면 나도 같이 아프다 슬픔을 잊어보려고 사과 한 알을 먹는다 햇빛, 바람, 시간도 함께 먹는다 무얼 먹는다고 슬픔이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은 힘이 생기니까 힘이 있어야 마음 놓고 슬픔 속에 빠져 울어볼 수도 있는 것이니까
-시집 <필 때도 질 때도 동백꽃처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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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굴 대신해 아파 줄 수도 없고 그저 바라보기만 해야 하는 무력함 속에서 그나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아픔과 슬픔을 공유할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일 것입니다. 서로 피를 나눈 사이는 아니라도 가까운 ‘인류가족’ ‘나라가족’의 마음으로 죽은 이들을 추모하며 환자들의 고통을 연민과 자비로 끌어안는 기도자, 도움 이 필요한 곳엔 당장 달려갈 수 있는 사랑의 실천가가 되는 일일 것입니다.
더 이상 이기적으로 살아갈 수 없음을 어느 때보다도 절감하게 되는 요즘, 함께 아파하고 함께 슬퍼하기 위해서라도 서로를 격려하며 조금씩 더 희망을 모으기로 해요. 바람에 흩날리는 4월의 꽃잎처럼 언젠가는 사라질 오늘의 시간에게도 인사를 보내면서!
[이해인 수녀의 詩편지]
http://blog.daum.net/kdm2141/6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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