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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시가 된다. 꽃 같은 마음은 시가 된다. 이렇게 된 지 이미 오래되었다. 얼마 전부터 얼마나 그랬는지는 고시조를 보면 된다. 백영 정병욱 교수는 고시조 2400여 수의 어휘를 조사한 적이 있다. 조사한 결과물을 보면 님, 일, 말, 사람, 몸, 꿈 같은 단어가 가장 많이 쓰였다. 그 다음으로 많이 사용된 어휘는 달, 물, 꽃, 밤 등이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옛사람의 마음에도 사람과 꿈과 꽃이 있었다. 그리고 오늘날의 마음에도 사람과 꿈과 꽃이 있다. 설명이 더 필요할까. 이문재 시인의 ‘봄날’ 을 읽으면 곧바로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것이다.
올해도 봄은 꽃이 되어 찾아왔다. 지금은 꽃구경은커녕 마스크를 쓰고 접촉 을 피해 다녀야 하지만 그래도 꽃은 곳곳에 보인다. 눈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꽃도 꽃이지만 꽃에 시선을 빼앗기는 사람들은 예쁘다. 특히 잰걸음 으로 바삐 가다가 문득 멈춰서 꽃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정말 예쁘다.
이미 장착된 일상의 모드를 풀고 꽃을 감상하는 모드로 돌아서는 것은 일종 의 전환이다. 쉽지 않다는 말이다. 어제도 딱딱한 표정을 풀고 꽃을 바라보다 다시 종종걸음 사라지는 사람을 보았다. 나는 그 뒷모습이 꽃보다 귀해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이 시를 쓴 시인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누구보다 바쁜 배달원이 겨우 꽃 때문에 걸음을 멈추었다. 아니, 꽃 덕분에 그의 마음에도 꽃이 폈다. 저런 찰나의 아름다움은 쉽게 지워질 수 없다. 꽃구경 가지 못하는 당신에게 꽃 같은 시라도 피었으면 좋겠다.
나민애 문학평론가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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