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라는 거대한 영혼이 있고 그 안에 생명체가 지닌 영혼들이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정리하자면 이 사람은 보이지 않는 것이 전부라고 믿었던, 극단적인
사례가 되겠다. 과거의 극단을 오늘에 떠올리는 이유는 플로티노스의 사례와
우리가 대조적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믿는 극단에 살고
있다. 보이는 것을 믿기에도 힘에 부쳐서 보이지 않는 것을 신뢰하기 어렵다.
그 어려움은 봄이 되면 난처해진다.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봄날인데 우리가
보이는 것만 믿는다는 사실은 좀 죄스럽다. 저 바람을, 바람이 몰고 오는 따뜻함
을, 따뜻함에 동반되는 안온함을 품지 못하는 것은 더 죄스럽다. 그래서 김수영
의 시를 가져왔다. 양계장에서 닭을 치고, 채소밭에 거름을 주던 시인. 손에 굳은
살이 박인 시인이 봄날을 맞는 방식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는 채소밭에 거름이나 뿌리면서 기계적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시인은 보이지 않게 마음으로 채소를 키우고 자신을 키웠다. 기운을 주라, 더
기운을 주라. 이것은 보이지 않지만 마법 같은 주문이다. 그러므로 올봄에는
우리의 연약한 마음 뿌리도 기운을 받으라, 더 기운을 받으라.
나민애 문학평론가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