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가끔은 이 ‘말’을 잃고 싶을 때가 있다. 혹은 ‘말’이 비집고 들어오지
못할 때를 경험한다. 분명, 말 없는 말의 세계에 빠질 때가 우리에게는 있다.
대개 그것은 느낌으로 찾아온다. 그러다가 순식간에 사라진다.
그 사라짐이 아쉬워서 시인은 시인이 되고 시는 시가 된다.
말이 아닌 말이 영혼을 파고드는 장면을 마종기 시인만큼 잘 표현하는 이는
없다. 이 시에 따르면 그것은 꽃잎의 말이고 영혼의 말이며 바람의 말이다.
적어도 이 시에서 그것은 사랑과 축원의 말이기도 하다. 시인은 자신을 위해
서가 아니라 자기가 죽은 후 남겨질 사람을 위해 꽃나무를 심는다. 꽃나무를
스치는 바람인 듯 내 영혼은 돌아와 사랑하는 당신을 감싸 줄 것이다.
사실 마종기 시인이 남긴 꽃나무도 바람의 말도 내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 시를 읽으면 어찌나 위로가 되는지 모른다. ‘착한 당신’, ‘피곤한 당신’에
대한 염려가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그리고 이것은 봄이 다 가기 전에 이 시
를 읽어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나민애 문학평론가 dongA.com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