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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오는데 소는 뛰지, 꼴짐은 넘어가는데 오줌은 마렵지, 오줌은 마려운데 허리띠는 안 풀어지던 옛 농부 심정이었을 것이다. 오토바이는 헛바퀴 돌고, 바지는 구멍 나고, 정강이는 깨졌지만 아픈 줄도 모르고 정비소로 왔을 것이다. 어쩌다 넘어졌을까. 비에 젖은 커브에서 브레이크를 잡았을까. 어긋난 맨홀 뚜껑을 피하려다 연석을 들이받았을까. 무슨 물건을 가지고 가던 길이었을까. 쏟아지거나 깨지는 물건은 아니었을까. 저마다의 밥벌이 너머에는 얼마나 많은 상처와 빨간약들이 필요한 걸까. 긴 겨울 건너 퀵서비스로 온 봄꽃들이 휙휙 바람에 진다.
<시인 반칠환> [시로여는 수요일]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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