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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들과의 저녁 식사-김해자**
언니들과의 저녁 식사 ◆김해자◆ 밥 먹으러 오슈 전화 받고 아랫집 갔더니 빗소리 장단 맞춰 톡닥톡닥 도마질 소리 도란도란 둘러앉은 밥상 앞에 달작지근 말소리 늙도 젊도 않은 호박이라 맛나네, 흰소리도 되작이며 겉만 푸르죽죽하지 맘은 파릇파릇한 봄똥이쥬, 맞장구도 한 잎 싸 주며 밥맛 없을 때 숟가락 맞드는 사램만 있어도 넘어가유, 단소리도 쭈욱 들이켜며 달 몇 번 윙크 하고 나믄 여든 살 되쥬? 애썼슈 나이 잡수시느라 관 속 같이 어둑시근한 저녁 수런수런 벙그러지는 웃음소리 불러주셔서 고맙다고, 맛나게 자셔주니께 고맙다고 슬래브 지붕 위에 하냥 떨어지는 빗소리 ============================================================================ 다 저녁..
2020.07.23 -
**할아버지-오탁번**
할아버지 ◆오탁번◆ 느티나무 아래서 평상에 앉아 부채질을 하며 말복 더위를 식히고 있는데 달려오던 빨간 자동차가 끽 멈춰섰다 운전석 차창이 쏙 열리더니 마흔 살 될까 말까 한 아줌마가 고개도 까딱하지 않고 - 할아버지! 진소천 가는 길이 어디죠? 꼬나보듯 묻는다 부채를 탁 접으며 나는 말했다 - 쭉 내려가면 돼요, 할머니! 내 말을 듣고는 앗, 뜨거! 놀란 듯 자동차가 달아났다 우리나라에는 단군할아버지 말고는 ‘할아버지’라고 부를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유관순 누나 생각하면 나는 어린이집에도 아직 못 간 앱솔루트 분유 먹는 절대적인 갓난애야! ‘할아버지’라니? 고얀 년 같으니라구! =====================================================================..
2020.07.22 -
**외팔이 짜장면집-최달연**
외팔이 짜장면 -최달연- 함양 마천 피아골에 가면 외팔로 탁, 탁 짜장면 가락을 뽑아내는 그 사내가 있다 구로공단 생활 25년으로 한쪽 팔을 잃고 웅크린 한쪽 죽지 잃은 새가 되어 절뚝거리며 실상사 근처로 내려앉은 세월 소림사 혜가 스님처럼 살고 싶어 그 근처 둥지를 틀었다 피아골 핏빛 단풍철에 미쳐 밀가루 범벅 휘파람새 같은 마천 골짜기 외팔이 짜장면집 사장이 되어 밥걱정은 면했지만 기울어진 개암나무처럼 외로운 그는 지리산을 닮았다 마음에 흉터가 깊다 ====================================================================== 백 년 만의 더위가 온다는 소문 무성하다. 붉은 태양 이글거릴수록 푸른 그늘 또한 깊어지는 피아골에 가서, 저이가 외팔로 뽑아낸..
2020.07.20 -
**조용필-하얀 모래의 꿈**
하얀 모래의 꿈 ◆조용필◆ 바다 물결따라 하얀 모래위에 정든 발자국을 눈물로 더듬었네 * 영원히 변치말자던 그때 그사람도 파도 소리에 밀려 멀리 사라지고 바다 물결따라 하얀 모래위에 정든 발자국을 눈물로 더듬었네 작사-배성문 작곡-변혁
2020.07.16 -
**해바라기-이젠 사랑할 수 있어요**
이젠 사랑할 수 있어요 ◆해바라기◆ 나는 눈물이 메마른 줄 알았어요 여태 사랑을 다시 못할 줄 알았어요 오늘 난 자욱한 연기 사이로 사랑의 짝을 보았어요 나는 지금껏 어둔 밤을 헤맸어요 여태 지워야할 기억이 너무 많았어요 오늘 난 식어버린 마음 구석에 사랑의 불씨를 당겼어요 * 이제 다시 이제 다시 사랑할 수 있어요 이제 진정 이제 진정 웃을 수 있어요 방금 하신 얘기 그 눈길이 아쉬워 그대 곁에서 훨훨 떠날 수는 없어요
2020.07.13 -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이원하**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이원하(1989∼) 유월의 제주 종달리에 핀 수국이 살이 찌면 그리고 밤이 오면 수국 한 알을 따서 착즙기에 넣고 즙을 짜서 마실 거예요 수국의 즙 같은 말투를 가지고 싶거든요 그러기 위해서 매일 수국을 감시합니다 나에게 바짝 다가오세요 …중략… 나는 제주에 사는 웃기고 이상한 사람입니다 남을 웃기기도 하고 혼자서 웃기도 많이 웃죠 제주에는 웃을 일이 참 많아요 현상 수배범이라면 살기 힘든 곳이죠 웃음소리 때문에 바로 눈에 뜨일 테니깐요 =========================================================================== 근래에 발견한 시 중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시를 소개한다. 이 시에는 우리가 막 지나온 6월이 있고, ..
2020.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