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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산-박경희**
먼 산 ●박경희● 아파트로 이사한다는 소리를 들었는지 사나흘 밥도 안 먹고 먼 산만 바라보는 개 십년 한솥밥이면 어슬녘 노을도 쓸어준다 고개 묻고 시무룩한 모습이 안쓰러워 내 생일에도 끓여주지 않던 소고깃국을 밥그릇에 넣어준 어머니도 먼 산이다 갈비뼈 휑하니 바람이 들락거리는 어머니와 개는 한솥밥이다 저물녘 노을빛 강이다 같이 갈 수 없는 공중의 집이 먼 산에 걸쳐 있다 개장수에게 보낼 순 없다고 가면 바로 가마솥으로 간다고 아버지가 아끼던 개라고 서로 마주 보다가 한숨으로 날리는 먼 산이다 ========================================================== 마당도 뒤란도 없는 공중의 집.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지만, 큰 뜻 품은 한신의 후예인지 ..
2020.08.05 -
**동그라미-같이 있게 해주세요**
같이 있게 해주세요 ◆동그라미◆ 마주보는 미소로 같이 있게해주세요 마주잡은 손길로 같이 있게해주세요 울고 웃는 인생길이 고달프다 하지만 갈라진 옷소매를 매 만져 주면서 당신의 외로움을 당신의 괴로움을 달래줄 수 있어요 같이 있게 해 주세요 * 사랑스런 눈길로 같이 있게해주세요 사랑스런 손길로 포근히 감싸주세요 울고 웃는 인생길이 고달프다 하지만 주름진 그 얼굴에 내사랑 다 바치고 당신의 행복속에 당신의 기쁨속에 살아갈 수 있어요 같이 있게 해 주세요 . 김정일:작사 / 김정일:작곡 제조회사 : 1982,대성음반
2020.08.03 -
**바다와 나와 女人-성낙일**
바다와 나와 女人 ◆성낙일◆ 여인아 우리 일생에 단 한번은 하늘과 바다가 어울린 그 기슭에 초롱같은 우리 둥지를 틀자. 날개 있는 것들이 놀라지 않게 하늘과 물빛 지붕을 올리고 해 뜨고 지는 곳으로 창을 내자. 싱싱한 바다의 비린내 맡으며 너는 조개 줍고 나는 고기잡고 우리 그렇게 푸른 나이로 살자. 바다가 그어놓은 파도의 음계 위에 물오른 고기가 통통 몸을 튕길때면 나는 노래를 부를께, 너는 춤을 추렴 별이 이마 위에서 빛날 때까지...... 사랑하는 사람아 우리 많은 밤은 하늘처럼 바다처럼 사랑하자 서로를 보다 닮아버린 공간에서 바다에 별을 내려놓으면 하늘에 그물을 던지듯.
2020.07.31 -
**숲속의 장례식-최창균**
숲속의 장례식 ◆최창균◆ 죽은 나무에 깃들인 딱따구리 한 마리 숲을 울리는 저 조종 소리 푸른 귀를 열어 그늘 깊게 듣고 있는 고개 숙인 나무들의 생각을 밟고 돌아 다음은 너 너 너 너 넛, 다시 한번 숲을 울리는 호명 소리 한 나무가 죽음의 향기로운 뼈를 내려놓는다 따르렷다 따르렷다 딱따구리 한 마리가 숲을 뚫는다 마침내 그 길을 따라 만장을 휘날리는 나무의 행렬들 ========================================================================== 나무들은 싹이 터서 죽을 때까지 한 걸음도 움직이지 못한다. 평생 태양을 숭배하며 한 뼘씩 수직의 계단을 올라간다. 어떤 나무도 궁극 태양의 사원에 당도하지 못하지만 저마다 자신의 정점에서 죽는다. 나무들은 ..
2020.07.29 -
**배호-파도**
파 도 ●배호● 부딪쳐서 깨어지는 물거품만 남기고 가버린 그사람을 못잊어 웁니다 파도는 영원한데 그런사랑을 맺을수도 있으련만 밀리는 파도처럼 내사랑도 부서지고 물거품만 맴을도네 그렇게도 그리운정 파도속에 남기고 지울수 없는 사연 괴로워 웁니다 추억은 영원한데 그런이별은 없을수도 있으련만 울고픈 이순간에 사무치는 괴로움에 파도만이 울고가네
2020.07.27 -
**미니 붕어빵 민희 씨-박형권**
미니 붕어빵 민희 씨 ◆박형권◆ 붕어빵 민희 씨가 빵틀을 돌린다 누구나 직업으로 세상을 헤엄치듯 민희 씨도 세상 위에 연탄 한 장 올려놓고 우리 골목 초입을 열기로 데운다 오늘도 민희 씨는 눈이 많이 내리면 이글루를 지어 들어가서 자겠다던 낭만주의자를 생각한다 차가움을 쌓아올려 더운 열기를 만드는 추운 나라의 건축기술처럼 알코올을 쌓아올려 염병할 행복을 지으려다 술병의 탑을 쌓고 만 그를 생각한다 민희 씨가 데워놓은 훈기에 안겨 꿈의 끝까지 헤엄쳐간 이글루 아직도 눈이 내리면 슬픔도 축포처럼 황홀하다 겨울이 가기 전에 민희 씨는 팥소 같은 꿈들에게 지느러미를 달아준다 혼자 올 때는 물풀을 생각하고 둘이 올 때는 물풀들을 생각하는 집으로 가는 길목 어서 저어가라고 지느러미를 달아준다] 민희 씨의 귀 뒤에는..
2020.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