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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의 시] 깨끗한 수건을 모으다-한영옥**
깨끗한 수건을 모으다 ◇한영옥◇ 마음 푸근한 사람들과 마주앉아 조근조근 주고받던 틈서리에 피었던 말 꽃의 내음 순한 향내를 잃을세라 집으로 돌아와서 깨끗한 수건에 잘 끼워두었습니다 서랍 첫 칸에 잘 접어두었습니다 귀하게 모아둔 수건 몇 장 있으니 비참의 기분 툭툭 털기도 좋고 벌떡이는 심장 누르기도 좋습니다 앞으로 몇 장은 더 모아야겠다 싶어 사람 만나러 가는 저의 매무시 이렇게 저렇게 살펴보곤 합니다 ================================================================================ ‘사람은 고쳐 쓰는 것이 아니라 골라 써야 한다’는 말이 맞는 걸까요? 그렇다면 고쳐 쓸 수 없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가장 가까운 사람의 자존감을 갉아 먹고..
2020.05.28 -
**[시로여는 수요일] 웃음 세 송이-고진하**
웃음 세 송이 ◇고진하◇ 하루치 근심이 무거워 턱을 괴고 있는 사람처럼 꽃 핀 머리가 무거운 해바라기들은 이끼 낀 돌담에 등을 척 기대고 있네 웃음 세 송이! 웃음이 저렇듯 무거운 줄 처음 알았네 오호라, 호탕한 웃음이 무거워 나도 어디 돌담 같은 데 척 기대고 싶네 ============================================================================ 하, 하, 하! 하루 종일 해님을 바라보며 동에서 서로 고개가 돌아가지. 연모하는 자는 연모하는 이를 닮아가지. 커다랗고 둥근 얼굴 한가득 웃음이 그득하지. 해바라기들은 웃음 중독자들, 비가 와도 웃음을 그치지 않지. 하지만 가장자리 노란 혀꽃이 웃는 동안 가슴 한복판 통꽃은 갈색으로 타들어 가고 있지. ..
2020.05.27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246>길**
길 ―정희성(1945∼) 아버지는 내가 법관이 되기를 원하셨고 가난으로 평생을 찌드신 어머니는 아들이 돈을 잘 벌기를 바라셨다 그러나 어쩌다 시에 눈이 뜨고 애들에게 국어를 가르치는 선생이 되어 나는 부모의 뜻과는 먼 길을 걸어왔다 나이 사십에도 궁티를 못 벗은 나를 살 붙이고 살아온 당신마저 비웃지만 서러운 것은 가난만이 아니다 우리들의 시대는 없는 사람이 없는 대로 맘 편하게 살도록 가만두지 않는다 사람 사는 일에 길들지 않은 나에게는 그것이 그렇게 노엽다 내 사람아, 울지 말고 고개 들어 하늘을 보아라 평생에 죄나 짓지 않고 살면 좋으련만 그렇게 살기가 죽기보다 어렵구나 ======================================================================= ..
2020.05.26 -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사랑했다**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사랑했다◈ 뛰어쓰기도없고쉼표도없고 마침표도없는글을읽는것은 매우불편한일입니다 미국인 호머 헐버트 박사가 없었다면 우리는 아직도 위에 글처럼 불편하고 답답한 문장을 읽고 쓰면서 지내고 있을지도 혹시 모릅니다. 1886년 7월 23세의 청년이었던 호머 헐버트는, 조선의 청년들에게 서양문화와 영어를 가르쳐 달라는 조선 정부의 요청을 받고 제물포를 통해 조선에 들어왔습니다. 그렇게 조선에서의 생활을 시작한 호머 헐버트는 조선인보다도 조선을 더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놀랍게도 조선에 들어온 지 3년 만에 '선비와 백성 모두가 반드시 알아야 할 지식'이라는 뜻의 '사민필지'를 편찬하였습니다. 이 책은 순 한글로 만들어진 조선 최초의 교과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그의 한글 사랑은 대단했습니다..
2020.05.25 -
**[이해인 수녀의 詩편지](32)다산의 말**
다산의 말 ◈이해인◈ “남이 어려울 때 자기는 베풀지 않으면서 남이 먼저 은혜를 베풀어 주기를 바라는 것은 너의 오만한 근성이 없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
2020.05.21 -
**[시로여는 수요일] 어떤 거리**
어떤 거리 ◇김형엽◇ 당신은 아주 멀리 있다 싶다가도 새벽녘 오리온 별자리 기울어진 사다리꼴 끝과 끝에 대롱대롱 우리가 산다 생각하면 그런대로 가깝게 느껴지네 어느 날 내 뜨락에 날아온 박새가 당신이 사는 마을로도 지난다 생각하면 또한 마냥 가깝게 느껴지네 오늘 막 몸을 연..
2020.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