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관 질환(9)-과민성 장 증후군◈
과민성 장 증후군(過敏性大腸症候群, irritable bowel syndrome, IBS)은 정서적 긴장이나 스트레스로 인하여 장의 운동 및 분비 등에 기능장애가 발생함으로, 만성복통 및 설사, 혹은 변비가 주 증상으로 나타나는 일련의 증후군을 말합니다. 다른 이름으로는 '경련성 대장증(spastic colon)'이라고도 하며, 우리나라에서는 '과민성 대장 증후군(irritable colon syndrome)'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리우고 있습니다. 임상에서 가장 흔히 접할 수 있는 위장관 질환(gastrointestinal disease)으로 서구의 통계를 보면 위장관 질환과 연관된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의 20~50%가 이 질환으로 진단될 정도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전체 위장관 질환 중 과민성 장 증후군이 50~70%까지 차지하는것으로 보고되고 있는데, 아마도 스트레스 받을 일이 많아서 그런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가장 대표적인 스트레스 원인들... ㅠㅠ
과민성 장 증후군은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한 질환은 아닙니다만, 잦은 복통과 복부팽만, 설사, 혹은 변비 때문에 생활에 불편을 초래하여, 우리나라 직장인들이 병으로 결근하게되는 원인으로는 감기 다음으로 많은 원인이기 때문에 무시하고 그냥 지날 수는 없는 질환입니다. 대다수의 과민성 장 증후군 환자들은 자신의 증상에 매우 관심이 많으며 육체적 불편함을 잘 참지 못하는 특징이 있기에, 주변 상황보다는 자신의 증상에만 모든 신경을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때문에 일상 생활에 지장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간혹 과민성 장 증후군의 증상이 매우 심하여 직장 생활 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조차 하기 힘들어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과민성 장 증후군은 서두에서 언급되었듯이 기본적으로 장의 기능적 이상(functional bowel disorder)으로 인하여 발생한 일련의 증후군(syndrome)입니다. '증후군'이란 앞글 '위장관 질환(4)-장염과 식중독'에서 설명한바 있듯이 하나의 단일 질환이 아니라 여러가지 증상 혹은 질환들이 복합된 병적 상태를 지칭하는 말입니다. 과민성 장 증후군 역시 다양한 증상을 가진 병적 상태를 복합하여 지칭한 말인데, 주로 하복부의 동통을 일으키며, 설사(diarrhea)가 주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IBS-D)도 있고, 변비(constipation)가 주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IBS-C)도 있으며, 설사와 변비가 반복되면서 자주 바뀌는(alteration) 경우(IBS-A)도 있습니다. 또한 여러가지 원인균에 의해 감염이 된 후 장염을 일으켜서 발생한 과민성 장 증후군도 있는데, 이러한 경우를 감염후 과민성 장 증후군(post-infectious irritable bowel syndrome, IBS-PI)이라고 합니다. IBS-PI는 증상이 IBS-D와 비슷합니다만, 발열, 구토 등의 증상이 동반되고 급성 설사를 한다는 점이 차이점이고, 분변검사에서 균을 동정함으로 감별진단이 가능합니다.
과민성 장 증후군과 비슷한 질환으로 만성 기능적 복통(chronic functional abdominal pain,CFAP)이 있는데, 과민성 장 증후군보다는 드문 질환으로, 변비나 설사 등의 증상이 없이 만성적인 복통만 있는 경우입니다.
과민성 장 증후군에서 장 운동의 불일치를 보이는 모식도
과민성 장 증후군은 증세가 장기간 계속되어도 혈변이 발생하거나 체력이 소모되는 일은 없습니다. 주로 자율신경계(autonomic nerve system, ANS)가 불안정한 사람과 신경질적인 성격인 사람들에게 많이 발생하며, 심리적, 사회적 인자(스트레스)가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정서적인 긴장 등의 요인으로 장관의 운동 및 분비 등에 기능장애를 일으켜서 발병하는 것으로만 알려져 있을 뿐 아직까지 과민성 장 증후군의 정확한 발병기전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다시 말해서 생화학적이나 기질적인 발병원인을 아직까지 모르고 있다는 말입니다. 때문에 실험실 검사나 기타 방사선 검사 등으로는 이 질환들에 대한 진단이 불가능하다는 의미가 됩니다. 다만, 과민성 장 증후군 환자에서 장의 감각이상과 운동이상이 발견되어 건강한 정상인과의 감별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하며, 중추신경계(central nervous system, CNS)인 뇌(brain)를 통한 장의 조절작용인 뇌-장관 축(brain-gut axis)에 대한 연구도 이루어지고 있어서 과민성 장 증후군의 진단과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있는 정도입니다.
뇌-장관 축(brain-gut axis)의 모식도
때문에 과민성 장 증후군의 진단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증상에 대한 주의 깊은 관찰이 중요합니다.
우선은 환자의 병력청취(history taking)가 중요합니다. 3개월 이상의 장기간에 걸쳐서 잦은 복통과 설사, 혹은 변비 등이 있었고 다른 어떠한 검사에도 특별한 이상 소견이 나타나지 않았으며, 그 동안 심리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불편한 자극을 많이 받아왔다면 과민성 장 증후군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그러나 동일한 증상을 나타내는 기질적인 장 질환이 많기 때문에 이를 감별진단해내는 것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기본적인 이학적 검사(physical examination)를 시행하고, 조금이라도 의심이 가는 부분에 대해서는 정밀검진을 시행해야합니다. 심험실 검사 소견상 이상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데, 특히 분변검사(stool examination)에서 혈액이나 기생충, 혹은 병원성 세균의 존재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물론 그러한 것들이 존재한다면 과민성 장 증후군은 아니라는 의미이므로 감염성 장 질환이나 다른 질환 쪽으로 가닥을 잡고 필요한 경우 추가적인 검사를 진행해야 합니다. 방사선 검사를 시행하는 목적 역시 다른 장 질환을 감별진단하기 위해서입니다. 과민성 장 증후군은 단순복부방사선 촬영에서 큰 이상을 관찰할 수 없습니다. 대장에 대한 검사 역시 중요합니다. 바륨 조영술(barium radiography)이나 대장내시경 검사(colonoscopy)를 시행하여 다른 대장 질환에 대한 감별진단을 해야합니다. 과민성 장 증후군의 경우에는 이러한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나타나지 않으며 다만, 대장의 운동이 증가되어 있고, 분비 기능이 항진되어 있는것을 볼 수 있는데, 이 역시 과민성 장 증후군(혹은 과민성 대장 증후군)의 특징적인 소견은 아닙니다. 이러한 연유로 과민성 장 증후군을 정신신체성 질환(psychosomatic disorder, 심신상관성 질환)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입니다. 정신신체성 질환이란 정신적인 문제가 우리몸의 자율신경을 지배하여 실제적으로 우리몸의 기능적, 구조적 이상을 일으키는 질환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서 몸의 문제가 몸 자체에 있는것이 아니라 마음(정신)에 있는 질환을 의미합니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정신이 죽으면 몸도 죽는다"고 했던 대사가 생각납니다.) 영화 '매트릭스'의 한 장면 (너무 그림이 없어서 그냥 한장 넣어뒀습니다...ㅠㅠ)
결론적으로 과민성 장 증후군은 모든 검사에서 이상이 없고 그래서 다른 질환이 아닌것이 다 확인되고 나야 진단이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최근에는 과민성 장 증후군에 대한 임상기준을 마련하여 진단을 하고 최소한의 진단검사를 시행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과민성 장 증후군의 치료에서 중요한 점은 절대 병원에서의 치료만으로는 좋아질 수 없으며 병원치료도 중요하지만 환자 자신의 의지가 더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위에서 언급했던것 처럼 과민성 장 증후군은 아무리 오래 진행된다 하더라도 심각한 상황을 초래하는 일은 없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다른 장 질환이 없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얼마든지 좋아질 수 있다는, 환자의 긍정적인 자세가 중요합니다. 아울러 환자의 잘못된 식생활 습관등을 개선하는것이 필수적인데 가급적 섬유질이 풍부한 식사를 규칙적으로 정량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육류, 유제품, 초콜렛, 커피, 인공 감미료 등의 섭취를 줄여야 하며, 금주와 금연을 해야합니다. 또한 적당한 운동 및 취미생활 등을 통해 육체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안정시키려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합니다.
약물치료는 증상에 대한 처치를 위주로 합니다. 진경제(antispasmodic agent)나 진통제(analgesics)를 사용하여 복통을 조절하고, 제산제(antacid)나 위산분비억제제(antiulcerant) 등을 사용하여 속발성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위염(gastritis)이나 소화성궤양(peptic ulcer)을 치료합니다. 설사를 주 증상으로 하는 경우에는 지사제(antidiarrhoeica)를 사용하기도 하고, 변비를 주 증상으로 하는 경우에는 하제(laxatives)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장기능을 개선시키는 약물도 도움을 주는데 특히 설사와 변비가 반복되는 경우에 자주 사용됩니다. 긴장상태를 개선시키기 위해 진정제(sedatives)인 phenobarbital 제제나 정신안정제(tranquilizer)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장의 연동운동(peristalsis)을 억제시키는 항콜린제(anticholinergics)가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약물치료에 있어서 중요한 점은 약물치료에 심리적 의존(psychogenic ediction)이 되지 않도록 주의를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환자의 협조와 의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자칫 약물 자체에 의존적이 되면 완치가 힘들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약물치료에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부분 과민성 장 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환자들에게서 볼 수 있으며, 자신들의 증상이 생명을 위협하는 중대한 질환 때문일 것이라는 망상적 사고때문에 약리작용으로 인한 효과가 상쇄되는것으로 여겨집니다. 비록 과민성 장 증후군이 일차적 정신 질환은 아니지만 정신과적 요소가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어떠한 경우이든 잘 낫지 않는 과민성 장 증후군 환자에게는 심리치료를 위한 정신과적 상담을 병행하기도 합니다.
내용이 짧은 관계로 여담 한마디 하겠습니다.
한글 맞춤법상 하나의 별개의 질환명은 띄어쓰기를 하지 않는것이 원칙입니다. 즉 'irritable bowel syndrome'은 우리말로 '과민성장증후군'이라고 쓰는것이 맞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민성 ˇ 장 ˇ 증후군'이라고 띄어쓰기를 한데에는 이러한 의학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들이 보기 편하도록 하려는 필자 나름대로의 배려입니다. '과민성장증후군'을 '과민 ˇ 성장 ˇ 증후군'이나 '과민성 ˇ 장증 ˇ 후군'이라고 읽으면 안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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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짧기 때문에 여담 한마디 더 하겠습니다.
과민성 장 증후군(irritable bowel syndrome)은 약자로 'IBS'라고 합니다. 이는 앞글 '위장관 질환(7)-크론씨병과 궤양성대장염'편에 등장했던 염증성 장 질환(inflammatory bowel disease)의 약자인 'IBD'와 자칫 혼동하기 쉽습니다. IBS는 사실 일반적으로 큰 문제가 되지 않는 질환이지만 IBD는 그 무서운 '크론씨병'이나 '궤양성대장염' 등을 말하기 때문에 상당히 살떨리는 질환입니다. 우리말로는 '과민성 장 증후군'이라 어감이 심각하지 않지만, 영어권에서는 'IBS'는 'IBD'를 연상시켜서 꽤나 심각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답니다. 그래서 걔네들의 치료수칙에는 환자들에게 'IBS'는 'IBD'와는 전혀 다른 질환이라는 점을 꼭 상기시키라는 내용이 있을 정도랍니다.
여담이었습니다...(_ _)
=============================================================================== 덧붙이는 글 ; Q & A
앞글에서와 마찬가지로 시간이 허락하는대로 댓글로 올라온 문의사항 등에 대해 최대한 아는 한도내에서 답글을 작성하도록 하겠습니다.
*** Question 지금의 전 특별히 설사나 변비는 동반하지 않고 음식물만 들어가면 한 5분에서10분 정도 복통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식사하는 것이 겁날정도로... 오늘까지 한달된것 같습니다. ...복통이 있을때도 있고 없을때도 있고... 선생님 말씀대로 신경성 스트레스에서 오는 증상인것 같기도 하고.. ...어찌해야 하올지?!~ㅠㅠ 07/12/07 (금) 오후 1:15 [신명주] from 61.109.182.26 Answer 위장관 질환에서 문제가 있는 장기가 무엇인지 가장 쉽게 추측해볼 수 있는 방법은 복통의 위치가 어디인지를 주의깊게 관찰하는 것입니다. 상복부, 특히 명치 끝 부위에 통증이 심하다면 하부 식도나 위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고, 우측 상복부라면 간이나 쓸개 등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많으며, 배꼽 바로 위쪽의 상복부라면 위나 소장의 문제일 가능성이 많습니다. 또한 우측 하복부는 회장 말단부나 맹장, 충수 등의 문제일 가능성이 많으며 좌측 하복부나 치골 상부는 에스상결장이나 직장 등 대장 말단부의 문제일 가능성이 많습니다. 물론 절대적인것은 아니지만 그러한 추측을 바탕으로 하나씩 감별진단을 해나가는것이 기본적인 진료 패턴입니다. 질문하신 분의 경우에는 구체적인 복통의 위치가 명시되지 않아서 확실하게 말씀드리기는 힘듭니다만, 식후에 복통이 발생하는 점으로 미루어봐서는 위의 문제가 아닌듯 합니다. 그 외에 십이지장이나 간담도계, 췌장의 문제가 있을 때에도 식후 빠른시간내에 통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우선은 위내시경으로 위나 십이지장의 문제가 없는지 확인을 하고, 혈액검사 및 복부초음파 검사 등을 통해 간, 담낭, 담도, 췌장 등에 문제가 없는지를 확인하는것이 좋을듯 합니다. 만약 식후의 통증이 하복부를 중심으로 발생한다면 대장내시경 검사를 시행하는것이 좋습니다. 일상생활이나 직장생활 등에서 문제점은 없는지도 확인해 보시고 식생활 개선과 운동도 병행하시길 바랍니다. 금주, 금연은 기본입니다...^^
*** Question ...보통 식사 후 몇 시간이면 소화되어서 소장으로 넘어가며 소장에서는 몇 시간 후에 대장으로 넘아갑니까?... ...물은 마신 후 얼마후면 위에서 소장으로 소장에서 대장으로 이동하는 것인가요? 07/12/11 (화) 오후 7:53 [ggong] Answer 음식물의 종류와 개인의 소화력에 따라 위나 장에 머무는 시간이 차이가 많이 납니다. 물 등의 액체 종류는 위에서 머무는 시간이 수 분~30분 정도이며 대부분 소장을 통과하면서 흡수되고 남은 수분도 대장을 통과하면서 거의 흡수됩니다. 음식물은 대충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순서로 빨리 소화되며, 위에서 2~3시간 머물면서 1차적으로 소화가 시작되고 소장에서 4~6시간 머물면서 대부분이 소화되어 흡수됩니다. 즉, 음식물을 섭취한 후 8시간정도 지나면 거의 소화되고 남은 찌꺼기가 회맹판(ileocecal valve)을 지나 우측 대장인 상행결장(ascending colon)에 도달하게 됩니다. 대장에 머무는 시간은 개인차가 매우 큰데, 12~40시간정도 머물면서 남은 수분과 전해질 및 소량의 영양소가 흡수되고 고형질의 변이되어 몸 밖으로 배출됩니다. ('위장관 질환(3)-소화성 궤양'편의 소화과정에 대한 내용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 Question 의료기중 '거꾸리'라고 거꾸로 매달리는 것을 사고자하는데 그것을 잘못하면 역류성 식도염에 노출되지는 않을까요? 식후에 바로 하는 것은 위험하겠지요? 07/12/11 (화) 오후 7:53 [ggong] Answer 물구나무서서 음식을 먹어도 음식은 위(stomach)로 내려(?)갑니다. 그리고 하부식도 괄약부 긴장력(lower esophagus sphincter tone, LES tone)이 정상이라면 음식물을 먹고난 직후라도 음식물이 식도로 역류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역류성 식도염이 있는 분들의 경우에는 그 긴장력이 약해져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식후에 거꾸로 매달리는것은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니 피해야합니다. 그러나, 정상적인 사람이라 하더라도 식후에 배가 부른 상태에서 바로 거꾸로 매달리는것은 아무래도 불편하겠지요...? 그리고, '거꾸리'라는 기구는 '의료기구'가 아니라 그냥 '운동기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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