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관 질환(4)-장염과 식중독◈
위염(gastritis)이 '위에 염증이 생긴 상태'를 말하듯이 장염(enteritis)은 '장에 염증이 생긴 상태'를 말합니다.
장(腸, 창자, intestine)이란 소장(小腸, 작은창자, small intestine)과 대장(大腸, 큰창자, colon)를 다 포함하는 말이며, 넓은 의미로는 복강내의 거의 모든 기관(organ)들을 일컫는 말이 됩니다. 대부분 장염이라고 할 때에는 '소장'과 '대장'의 염증을 말하며, 특히 '대장'에 염증이 있는 경우에는 대장염(colitis)으로 따로 구분하여 말합니다. 또한, 장염을 일으키는 경우에는 거의 예외없이 위염이 동반되기 때문에 위장관염(gastroenteritis)이라고 통칭하여 말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잠깐 인체해부학과 인연이 없으셨던 분을 위해 다시 한번 더 해부학 강의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주로 소장에 관한 내용을 다루도록 하고 대장에 관한 내용은 다음 편에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소화관(alimentary tract)의 구성 (속은 다 똑같습니다... ^^;)
우리 몸의 소화 기관 중 가장 긴 것이 바로 소장입니다. 소장은 위(stomach)의 유문부(pylorus) 다음부터 대장의 맹장(cecum) 이전까지를 말하며, 그 총 길이는 정상 성인에서 270cm에서 290cm에 이릅니다.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는데, 유문부 이하에서 트라이쯔 인대(Treitz's ligament)라고 부르는 부위까지를 십이지장(duodenum, 약 20cm)이라고 하며, 그 이하 2/5 정도의 부위를 공장(jejunum, 약 100~110cm)이라고 하고, 나머지 3/5 정도의 부위를 회장(ileum, 약 150~160cm)이라고 합니다. 회장과 맹장이 만나는 부분을 회맹판(ileocecal valve)이라고 부르는데, 대장내의 내용물이 역류하는것을 방지해 줍니다.
공장과 회장을 나누는 정확한 경계는 없으며, 사실 뱃속을 수 없이 들여다봤던 제 자신도 윗쪽에 가까우면 공장이고 아랫쪽에 가까우면 회장이다라는 식으로만 어림잡지 정확하게 구분하지는 못합니다. 공장과 회장은 분포하는 혈관(vessel)들의 모양과 장 내부의 점막 주름(plica circularis) 등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기능과 구조에 두드러진 차이가 없으므로 굳이 구분지어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최소한 일반인들에게 있어서는... ^^;) 다만, 십이지장은 같은 소장에 속하면서도 위에 가깝고, 담즙(쓸개즙, bile)과 췌장(이자, pancreas)의 소화효소들이 분비되는 곳이기 때문에 따로 구분하여 취급하게 됩니다.
소화기계의 해부학적 구조
***경고*** 붉은색 글씨의 내용과 그 아래 이미지는 약간은 엽기적일 수 있으므로 임산부나 심약자들은 보지말고 그냥 넘어가시기 바랍니다.
간혹 공포영화나 괴기영화에서 배를 가르고(혹은 배가 갈라지고) 창자를 끄집어내는(혹은 창자가 튀어나오는)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어떤 영화에서는 창자가 줄줄줄 나오는 장면을 볼 수 있는데 절대 그럴 수 없다는걸 아셔야 합니다. (그러기에 그런 영화를 보면 너무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생각을 한답니다. ㅠㅠ) 소장(작은창자)은 아래 그림과 같이 구불구불 겹쳐져서 장간막(mesentery)이라는 두꺼운 막과 같은 구조물에 붙어서 등쪽에 달라붙어 있습니다. 장간막 안에는 소장으로 가는 무수한 혈관과 신경, 림프관 등이 분포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배가 갈라졌다고 해도 창자가 줄줄이 비엔나 소세지처럼 길게 빠져나오지는 않습니다. (좀 끔찍한가요...? ^^;) 어느정도 나왔다가 아래 사진처럼 장간막에 매달려있습니다. 장간막에 붙어있는 소장의 사진 장간막의 원래 색깔은 노란색이다.
소장과 장간막
복부 타박상을 심하게 입었을 때 복강안에 피가 차는 혈복증(hemoperitoneum)을 일으키는 원인 중의 하나로 바로 장간막 안의 혈관이 손상된 경우가 있습니다. 역시 응급수술이 필요한 경우입니다.
소화관 중에서 소장의 길이가 가장 긴 이유는 소장에서 대부분의 음식물이 소화(digestion)된 후 영양소의 상태로 흡수(absorption)되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장염이 발생하게되면 충분히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이 배출(배변)되기 때문에 설사를 하는것입니다. 소장의 내부는 흡수할 수 있는 표면적을 넓히기 위해 수많은 주름(plica circularis)과 돌기들(융모, villi)로 되어있습니다. 소장 융모의 확대 사진
그리고 그 돌기들에는 다시 수많은 아주 미세한 돌기들(미세융모, microvilli)이 있어서 소장 내부의 표면적을 최대한으로 넓혀줍니다. 융모와 미세융모의 모식도
소장은 가장 중요한 기능인 소화와 흡수 외에도 여러가지 다양한 기능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여러가지 호르몬(hormone)을 분비하는 내분비 기능(endocrine function)입니다. 소장을 통 털어서 10가지 이상의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대부분 소화에 관계되는 역할을 하지만 혈당 조절이나 장의 연동운동(peristalsis) 등에 관여하는 것도 있습니다.
소장의 또 하나의 중요한 기능으로 면역 기능(immune function)을 들 수 있습니다. 우리는 매일 수 많은 세균(bacteria)과 바이러스(virus)와 기생충(parasite) 등의 이물질을 섭취합니다. 또한 다양한 종류의 독성물질(toxin)과 항원(antigen)도 섭취합니다. 이러한 유해물질에 대한 일차적인 방어는 위 속의 강한 위산에 의해 이루어지고, 다양한 소화효소에 의해 파괴되지만 많은 양이 그대로 소장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소장은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그 표면적이 너무 넓고 얇아서 외부에서 섭취된 세균 등이 침투하기에 최적의 장소입니다. 만약 침입자들의 침투가 매번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우리는 각 종 장염과 여러가지 장 질환으로 하루도 편할 날이 없을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몸은 그러한 침입자들에 대한 거의 완벽한 방어 시스템을 갖추어 놓고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면역 체계(immune system)입니다. 특히 장벽(intestinal wall)에는 아주 다양하고도 풍부한 면역체계가 갖추어져 있어서 왠만한 공격에는 끄떡도 하지 않습니다. 면역 기전에는 크게 체액성 면역(humoral immunity)과 세포성 면역(cellular immunity)이 있는데, 장벽에는 이 두 가지 시스템이 모두 갖추어져 있습니다. 면역 기전은 상당히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에 항원-항체 반응(antigen-antibody reaction)은 체액성 면역 기전이며, 백혈구(leukocyte)가 세균을 잡아먹는것은 세포성 면역 기전이라고 우선 이해하면 됩니다. 소장의 침입자에 대한 방어는 단순히 장벽에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장간막에 있는 풍부한 림프절(lymph node)을 비롯하여 몸 안의 모든 면역 관련 기관이 관여를 하여 장벽을 뚫고 침입하려는 세균과 바이러스 등을 막아냅니다. 이러한 소장의 방어 시스템을 점막 차단벽(mucosal barrier)이라는 거창한 용어로 부릅니다. 소장에 암 발생이 거의 없는 이유 중의 하나로 소장의 강력한 면역체계를 꼽기도 합니다. 점막 차단벽에 대한 모식도
이러한 방어기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든지 방어기전에도 속수무책일 정도로 강력한 침입자가 침범했을 때 드디어 장염에 걸리게 됩니다. 이러한 장염(혹은 위장관염)은 발생 원인에 따라서 증상과 치료가 조금씩 달라집니다. 또한 대부분 음식물 섭취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식중독(food poisoning)과 따로 구분하여 설명하기는 곤란합니다. 대부분의 식중독의 주요한 단일 질환을 말할 때에는 장염(위장관염)을 들 수 있습니다. 즉, 포도상구균 식중독의 주요한 단일 질환은 포도상구균 위장관염이고, 비브리오 식중독의 주요한 단일질환은 비브리오 장염(위장관염)이 되는것입니다. 때문에 여기서 식중독과 장염을 굳이 구분하지 않고 함께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식중독이란 섭취한 음식물의 독성 물질 때문에 발생한 일련의 증후군(syndrome)을 말합니다.
'증후군'이란 하나의 단일 질환이 아니라 여러가지 증상 혹은 질환들이 복합된 병적 상태를 지칭하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에이즈(AIDS)라고 부르는 병은 후천성 면역결핍 증후군(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이라는 복합질환으로, HIV-1(Human Immunodeficiency Virus-1)이라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세포성 면역기능에 이상이 발생하는 병입니다. 처음에는 감기와 비슷한 증세를 보이다가 발열, 오한, 설사, 심한 피로감 등 전신적 증세를 보이는 시기를 거쳐 피부증세, 신경증세, 심장질환, 전신성 소모증상 등의 다양한 증세가 나타나기 때문에 '증후군'이라는 이름을 붙인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식중독의 경우에도 복통, 구토, 설사 등 전체 위장관에 관련된 증상 뿐 아니라 발열, 오한, 근육통 등 전신증상이 나타나기도 하기 때문에 단일 질환이라기 보다는 '증후군'으로 보는것입니다.
식중독은 그 원인에 따라 다양하게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세균(bacteria) 자체에 의한 감염(감염형)이나 세균에서 생산된 독소(toxin)에 의해 증상을 일으키는(독소형) 세균성 식중독(bacterial food poisoning)과 자연계에 존재하는 동물성 혹은 식물성 독소에 의한 자연독 식중독(natural toxic food poisoning), 인공적인 화학물에 의해 증상을 일으키는 화학성 식중독(chemical food poisoning)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분류 방식은 장염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으며, 여기에 바이러스가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성 장염(바이러스성 위장관염, viral gastroenteritis)을 따로 구분하여 추가해 볼 수 있습니다.
식중독의 증상은 원인 물질이 위장관의 어느 부분에 주로 영향을 미치느냐에 따라 증상이 조금씩 달라지는데, 위나 소장 등의 상부위장관을 주로 침범하면 증상의 발현이 빠르고 구토(vomiting)가 주 증상이 되는 경우가 많으며, 회장 이하 대장 등 하부위장관을 주로 침범하면 증상의 발현이 비교적 늦으며 설사(diarrhea)가 주증상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균성 위장관염 및 식중독 (Bacterial Gastroenteritis or Food Poisoning)
원인균이 증상을 일으키는 기전에 따라 독소형 식중독과 감염형 식중독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독소형 식중독은 포도상구균, 바실루스 세레우스, 클로스트리디움, 장독소원성대장균(ETEC) 등과 같은 비침투성 병원균(non-invasive bacterial pathogen)이 장관내에서 독소를 생산하여 다양한 증상을 일으키는 식중독을 말하며, 감염형 식중독은 병원성대장균(EHEC, EIEC), 장염비브리오, 살모넬라, 시겔라 등과 같은 침투성 병원균(invasive bacterial pathogen)이 직접 장관점막층의 상피세포(epithelial cell)를 침투하여 다양한 증상을 일으키는 식중독을 말합니다.
대부분의 세균성 위장관염은 몇몇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증상이 거의 비슷합니다. 때문에 단순히 증상만 가지고는 그 원인균을 알 수 없고, 환자의 분변검사나 배양(stool examination and culture) 등을 통해서 찾아내는 수 밖에 없습니다. 정확한 원인균을 알아야만 그 균에 감수성이 있는 항생제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세균성 식중독은 증상에 대한 처치(대증요법, symptomatic treatment)만으로도 수일내에 회복되기 때문에 몇몇의 심각한 상태를 제외하고는 항생제를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포도상구균 식중독(Staphylococcal food poisoning) 대표적인 감염형 세균성 식중독으로 주로 위나 소장에 문제를 일으키는 상부위장관 침범 증상을 일으킵니다. 황색포도상구균(Staphylococcus aureus)에 오염된 음식물을 섭취했을 때, 장 내에서 증식된 세균에 의해 장독소(enterotoxin)가 만들어지고 이 장독소에 의해서 오심(nausea), 구토(vomiting), 쥐어짜는듯한 복통(abdominal cramping), 설사(diarrhea) 등의 증상을 일으킵니다. 사실 황색포도상구균은 우리 피부 어디에나 정상적으로 존재합니다. 이러한 세균을 상재균(normal flora)이라고 하는데, 피부 상태가 정상적일 때에는 다양한 방어기전에 의해 그 수가 감염을 일으킬 정도로 증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피부가 상처를 입는다든지 하면 그 상처로 침투하여 세균이 증식되고 염증을 일으키게 됩니다. 황색포도상구균의 현미경적 소견. 그람 염색에 양성의 소견을 보여(Gram positive) 보라색으로 염색되어있는 모습이 포도송이처럼 보인다고 하여 포도상구균이라고 칭했다.
이러한 포도상구균 식중독은 손이나 코 점막, 혹은 상처에 있던 세균에 의해 음식물이 오염된 후 여름철과 같은 적절한 기온과 습도에서 세균이 증식하여 감염을 일으킬 정도로 그 수가 늘어났을 때 식중독을 일으킵니다. 특히 이 세균에서 만들어낸 장독소는 열에도 파괴되지 않기(heat-resistant toxin) 때문에, 이미 다량의 장독소를 만들어냈을 만큼 세균이 다량 증식되었다면 (다시말해 음식이 너무 많이 상했다면) 아무리 푹푹 끓여도 독소가 없어지지 않기 때문에 먹지말고 버리는 것이 현명합니다.
포도상구균 식중독은 오염된 음식물을 섭취한지 2~4시간후에 증상이 급격히 나타났다가 역시 빨리 좋아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대부분 24시간 이내에 좋아지기 때문에 대증요법(symptomatic therapy)만 시행하는데, 간혹 증상이 오래 지속되어 수액치료(fluid therapy)가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유아나 노약자에게서 이따금씩 쇼크(shock) 등을 일으켜 생명을 위협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바실루스 세레우스 식중독(Bacillus cereus food poisoning) 바실루스 세레우스(Bacillus cereus)가 원인균이 되는 식중독으로, 주로 잘 익히지 않은 쌀을 통해서 감염이 됩니다. 상부위장관 침범 증상을 주로 일으키는 구토형(emetic form)과 하부위장관 침범 증상을 주로 일으키는 설사형(diarrheal form)으로 나눌 수 있는데, 구토형 바실루스 세레우스 식중독은 포도상구균 식중독과 증상이 유사하고 설사형 바실루스 세레우스 식중독은 뒤에 설명되는 클로스트리디움 식중독과 유사하므로 그에 대한 감별진단이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구토형은 오염된 음식 섭취 후 2~7시간내에 증상이 발생하고 설사형은 8~14시간 후에 증상이 발생하는데, 대부분 증상이 경미하고 저절로 좋아지기 때문에 특별한 처치가 필요치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끔 심한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에는 대증요법을 시행하기도 하지만 항생제를 사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클로스트리디움 식중독(Clostridial food poisoning) (=웰치균 식중독(Welch's bacillus food poisoning)) 클로스트리디움 퍼프린젠스(Clostridium perfringens) A형(type A) 세균에 의한 식중독으로 주로 하부위장관 침범 증상을 일으킵니다. 세균성 식중독의 원인균으로는 세 번째로 많습니다. C. perfringens 는 1892년 웰치(W.H.Welch)에 의해 발견되었기 때문에, 발견자의 이름을 따서 과거에는 웰치균(Welch's bacillus)라고 불렀습니다. 따라서 C. perfringens 에 의한 식중독을 웰치균 식중독(Welch's bacillus food poisoning)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만 최근에는 그냥 클로스트리디움 식중독(Clostridial food poisoning)이라는 이름으로 보편화가 되었습니다. 클로스트리디움 퍼프린젠스의 현미경 사진(좌)과 이미지(우)
클로스트리디움속(屬)의 세균들 중에는 여러가지 문제를 일으키는것이 많습니다. 클로스트리디움 퍼프린젠스(C. perfringens) C형(type C)은 장이 썩는 괴사성 장염(enteritis necroticans)을 일으키거나 피부나 기타 연부조직에 감염되어 염증이나 농양(고름, pus)을 형성하는 봉와직염(cellulitis)이나 괴저(gangrene) 등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또한,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레(Clostridium difficile)는 다량의 항생제 복용 후 발생하는 설사나 대장염(antibiotic-induced diarrhea or colitis)의 원인균이 되고,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Clostridium botulinum)은 뒤에 설명되는 보툴리즘(botulism, 보툴리눔 중독증)을 일으키며, 클로스트리디움 테타누스(Clostridium tetanus)는 파상풍(tetanus)을 일으킵니다.
C. perfringens 에 의한 식중독은 비교적 많은 발병 양상을 보이며, 주로 오염된 육류를 섭취하고 나서 8~14시간 후에 복통과 설사를 주로 하는 증상이 다수의 환자에서 폭발적으로 발생하는 양상을 보입니다. 열과 구토는 흔하지 않지만 구역질은 자주 나타납니다. 그러나 대체로 증상이 심하지 않기 때문에 증상에 대한 처치만 하면 대부분 24시간 이내에 회복됩니다. 이 균은 토양, 먼지, 동물의 분변 등에 널리 분포하고 있기 때문에 음식물이나 환자의 대변에서 균이 분리되더라도 식중독의 원인균으로 진단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중요한 점은 뒤에 설명되는 중요한 전염성질환인 살모넬라(salmonella) 감염과 증상이 유사하여 꼭 감별진단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보툴리누스 중독증(Botulism) 위에서 잠깐 언급했던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Clostridium botulinum)에 감염되어 세균에서 생산된 신경독소(neurotoxin)에 의해 증상을 일으키는 신경마비성(neuroparalytic) 질환입니다. 균 자체의 감염보다는 생산되는 독소가 문제가 됩니다. 보툴리누스 중독증(botulism)은 라틴어로 소세지(botulus)라는 말에서 유래했습니다. 19세기초에 독일에서 수백명을 사망에 이르게한 대규모의 집단 식중독의 원인이 보관상태가 나쁜 통조림이나 소세지 때문이었던 것인데서 유래한것입니다. 물론 원인균은 C. botulinum 이었습니다. 보툴리눔 균은 30℃ 이상의 산소가 없는 혐기성 환경(anarobic environment)에서 잘 증식하여 독소를 만들어 냅니다.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 균의 현미경적 소견
보툴리누스 중독증은 4가지 감염형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적절치 못한 관리로 보툴리눔 균이 증식한 식품을 섭취하거나, 생산된 독소로 오염된 상태의 식품을 섭취하여 중독을 일으키는 식품매개형 보툴리누스 중독증(foodborn botulism)이 가장 일반적인 형태이고, 주로 면역력이 약한 1~9개월사이의 영아의 위장관속에서 보툴리눔 균이 증식하여 독소를 생산하여 중독을 일으키는 영아형 보툴리누스 중독증(infant botulism)이 있으며, 드물게 상처에 보툴리눔 균이 침범하여 감염이 되는 창상형 보툴리누스 중독증(wound botulism)과 기타 비정형 보툴리누스 중독증(unclassified btulism)이 있습니다.
식품매개형 보툴리누스 중독증은 식중독의 일반적인 위장관 증상보다는 신경독소에 의한 신경차단 증상이 나타납니다. 잠복기는 대부분 18~36시간이지만, 잛게는 오염된 음식을 섭취 후 3시간 이내에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고, 길게는 8일이 지난 후에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잠복기가 짧을 수록 더 심각한 경과를 밟게됩니다. C. botulinum 이 만들어낸 신경독소는 운동신경 말단에서 분비되는 아세틸콜린(acetylcholine)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차단하여, 근육이 수축되지 못하도록 합니다. 이러한 신경독소의 작용으로 사물이 둘로 보이는 복시(diplopia)를 호소하거나 근거리 촛점을 잘 못 맞춘다든지 하는 안구증상이 나타나고, 입마름(dry mouth), 연하곤란(dysphagia) 등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심한 경우에는 호흡근이 마비되어 사망에 이르기도 합니다. 근래에 이러한 신경독소는 그 양과 시술부위를 조절하여 사시나 안면경련 등의 치료나 주름제거 등의 미용목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보톡스(Botox)가 여기에서 추출된것입니다.)
치료는 호흡을 유지하는것(ventilatory support)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적절한 항독소를 투여하는것이 특이요법입니다. 항독소(antitoxin)를 사용할 때에는 신경독소의 형(type)에 따라 각각 용량을 달리하여 투여하게 됩니다. 위장관내에 남아있는 독소를 없애기 위해서 위세척(gastric lavage)을 하거나, 하제(cathartics)를 복용시키고 관장(enema)을 하기도 합니다. 아세틸콜린의 분비를 증가시키는 약물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그 효과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병원성대장균 식중독(Pathogenic coliform bacillus food poisoning) 사람이나 다른 동물의 대장에서 사는 대장균(Escerichia coli)은 대부분 해가 없는 상재균(normal flora)이지만, 유해한 종류가 있어서 여러가지 질환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그러한 유해한 종류를 병원성대장균(pathogenic coliform bacillus)이라고 부르며 현재까지 약 30여종이 발견되었는데, 병을 일으키는 특징에 따라 크게 5가지 종류로 구분해 볼 수 있습니다. 그 중 최근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었던 E. coli O-157:H7과 같은 종류를 장출혈성대장균(enterohemorrhagic E. coli, EHEC)이라고 부르는데, 베로독소(verotoxin)를 생산하여 장 점막을 손상시킴으로 출혈을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이 외에 장독소(enterotoxin)를 생성하여 증상을 일으키는 장독소원성대장균(enterotoxigenic E. coli, ETEC)이 있고, 장 점막층(특히 대장 점막)의 세포를 침투하여 장관조직 자체의 감염을 일으키는 장침투성대장균(enteroinvasive E. coli, EIEC), 주로 2세 이하의 영유아에게 급성 위장관염을 일으키는 장병원성대장균(enteropathogenic E. coli, EPEC), 그리고, 장관부착성 대장균 (enteroaggregative E.coli, EAggEC)이 있습니다. 소장점막 표면에 붙어있는 대장균들
병원성대장균으로 인한 특징적인 발현증상 외에는 모든 대장균들은 생화학적으로 동일한 양상을 가지기 때문에 이 균에 대한 분류는 면역혈청학적인 특징을 따르게 됩니다. 즉, 균을 구성하는 항원성분의 면역학적 특징에 따라 각각의 대장균을 구분을 하는데, 그 항원성분중 균체항원인 'O'항원이 180여 종류, 협막항원인 'K' 항원이 90여 종류, 섬모항원인 'H'항원이 40여 종류가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병원성대장균인 E. coli O-157:H7에서 O-157:H7의 의미는 157번째 발견된 'O'항원과 7번째 발견된 'H'항원을 가지고 있는 대장균이라는 의미입니다.
여러 병원성대장균에 의한 식중독중에서 특히 O-157에 의한 장출혈성대장균 감염증은 1종 법정전염병으로 특히 문제가 되는데,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첫번째로, 이 균은 적은 수의 균으로도 감염을 일으킬 수가 있으므로 감염력이 매우 강하여 폭발적인 발생을 보인다는 점입니다. 살모넬라(salmonella)가 1g당 100만개의 균량이 있어야 감염이 가능한것에 비해 병원성대장균은 1g당 10~1000개의 균량 만으로도 감염을 일으킬 수 있을 정도입니다.
두번째로는, 발병 후 단기간에 사망에 이를 수도 있을 만큼 치명적인 질환이라는 점입니다. O-157에서 생성되는 베로독소는 대장 점막을 파괴하여 피가 섞이 설사(bloody diarrhea)를 하게 만들고, 혈액속에 침투하여 적혈구를 파괴하고 용혈성요독증후군(hemolytic uremic syndrome)을 일으키거나 신부전증(renal failure)을 유발시키기도 하는데, 이 경우에는 사망률이 3~5%에 이를만큼 매우 치명적입니다.
대부분의 병원성대장균 식중독은 하부위장관 침범 증상인 복통(abdominal pain)과 설사(diarrhea)가 주 증상이며, 증상에 대한 처치와 탈수 방지를 위한 수액공급만으로도 2~3일 이내에 충분히 좋아집니다. 드물게 항생제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노약자나 면역력이 결핍된 환자에게서는 치명적인 경과를 밟을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를 요하며, 특히 혈변을 보일 때에는 적극적인 집중치료가 필요합니다.
역시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한데, 병원성대장균의 주 오염원이 덜익힌 육류(특히 소고기)나 오염된 우유 등이며 대부분의 병원성 대장균이 열에는 약하기 때문에, (O-157은 60℃ 이상에서 45초간 가열시 사멸됩니다.) 병원성대장균의 감염이 우려되는 시기나 지역에서는 반드시 익히거나 데워먹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과거 햄버거에서 O-157이 검출되어 미국을 비롯하여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했을 때에도 햄버거내의 고기가 덜 익혀졌기 때문이었습니다. 감염된 사람이 용변 후 손을 씻지 않아서 다른 사람에게 감염시킬 수도 있기 때문에 철저한 개인위생관리도 필수적입니다.
비브리오 식중독(Vibrio food poisoning) 식중독이나 장염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비브리오(vibrio)균 종류에는 비브리오 파라헤몰리티쿠스(Vibrio parahaemolyticus)와 비브리오 콜레라(Vibrio cholerae)가 있습니다. 이 중 비브리오 식중독(Vibrio food poisoning, 장염비브리오 식중독)을 일으키는 원인균은 V. parahaemolyticus 이며, V. cholerae 는 그 유명한 콜레라(cholera)라는 1종 법정전염병을 일으키는 원인균입니다. 그 외에 만성 간질환이나 신장질환, 알코올중독증 환자에게서, 3종 법정전염병인 비브리오 패혈증을 일으키는 비브리오 불니피쿠스(Vibrio vulnificus)가 있는데, 건강한 사람에게는 V. parahaemolyticus 감염과 유사한 장염 증상만 일으킵니다.
V. parahaemolyticus 는 염분농도 2~4%에서 잘 자라는 해수 세균의 일종으로 해수온도가 섭씨 15도 이상 되면 급격히 증식합니다. 때문에 여름철에 어패류나 해산물을 날로 먹었을 때 잘 발생하며, 상부 위장관과 하부 위장관을 동시에 침범하여, 음식물을 섭취한지 12~24시간 후에 복통과 함께 심한 설사를 일으킵니다. 경우에 따라 오심, 구토 증상을 보이기도 하며 드물게 발열과 오한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균 자체가 장점막을 침투해서 점막층의 손상을 일으키기 때문에 피가 섞인 설사(bloody diarrhea)를 하기도 합니다. 심한 경우에는 혈액속에서 세균이 증식하는 패혈증(sepsis)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치료는 주로 대증요법에 의존하고, tetracycline과 ampicillin 계열의 항생제를 사용합니다. 무엇보다 예방이 우선인데, 비브리오 균은 열에 약하기 때문에 특히 여름철에는 해산물을 반드시 익혀먹도록 해야 합니다.
콜레라(Cholera) 앞서 언급한대로 비브리오 콜레라(V. cholerae)에 의한 감염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제1종 법정전염병으로 지정된 질환입니다. 원래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지역에서 유행하는 풍토병의 하나인데, 우리 나라에서 발생하는 콜레라는 그 유행지역으로부터 입국하는 환자에 의하여 유입된 경우입니다.
콜레라균은 그람염색에 염색이 되지 않는 막대모양(Gram negative rod)의 균으로, 한 개의 편모가 있어서 운동성이 활발한 콤마형 세균입니다. 비브리오 콜레라 균의 모양(좌)과 전자현미경 사진(우)
콜레라균은 두 가지 생물학적형(biotype)이 있는데, 인도지방 등에서 발생하여 유래한 고전형(classic biotype, 진성콜레라)과 이의 생물학적 변이형인 엘토르형(eltor biotype)이 있습니다. 엘토르형 콜레라는 훨씬 더 증상이 경미하고 무증상인 경우가 많으며, 숙주가 되는 인체(human host) 외부에서 더 오랜시간 생존이 가능합니다. 때문에 이러한 생물학적형의 분류는 콜레라 발생의 역학적인 면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우리나라는 1946년 고전형 콜레라가 발생하여 많은 사망자를 낸 적이 있었으나, 1962년부터 현재까지 산발적으로 발생한 콜레라는 주로 엘토르형 콜레라였습니다.
콜레라균을 면역혈청학적으로 분류해 보면, 섬모항원인 'H'항원은 모든 콜레라균에 차이가 없으나, 균체항원인 'O' 항원은 여섯가지 혈청군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이 중 O-1형이 아시아형 콜레라의 원인균이 됩니다.
콜레라균의 자연 서식지는 해변가나 강 어귀인데, 적절한 기온에서 감염을 일으킬 수 있을 정도로 균이 증식했을 때 이에 오염된 식수나 음식물을 섭취하여 일차적으로 감염이 발생하고, 감염된 환자의 대변을 통하여 다시 식수나 음식물이 오염되면 이차적으로 폭발적인 감염이 발생하게됩니다. 오염된 음식물을 섭취한지 대개 18~24시간 후에 증상이 발현되는데, 짧게는 6시간 이내에서 길게는 5일 이후에도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콜레라 발생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충분한 추적관찰이 필요합니다.
콜레라의 가장 특징적인 증상은 복통을 동반하지 않은 갑작스런 과다한 물설사(watery diarrhea)인데, 특히 쌀뜨물(rice-water) 같은 설사를 수도 없이 반복하게 되면 콜레라를 의심해봐야 합니다. 이러한 심한 설사가 발생하는 원인은 장내에서 증식한 콜레라균이 만들어낸 장독소(enterotoxin) 때문입니다. 콜레라 장독소는 장점막층 세포의 세포막에 있는 cyclic AMP라는 효소를 활성화 시켜서 전해질(Na 이온과 Cl 이온) 이동에 이상을 가져오게되어, 결국 세포내에 있는 수분을 장관내로 내보냄으로 다량의 설사를 하게 만드는것입니다. 즉, 콜레라가 설사를 일으키는 기전은 장에서 수분흡수를 방해해서가 아니라 장을 이루는 세포에서 수분을 뺏어서 내보내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적절한 수액공급을 시행해주지 않으면 심각한 탈수에 빠져서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콜레라의 장독소가 세포내에서 수분을 배출시키는 과정에 대한 모식도 A, B (콜레라 장독소 subunit); GM1 (GM1 ganglioside 수용체); Gsa (G 단백); AC (adenylate cyclase); Gi (G 단백); cAMP (cyclic AMP); CFTR (cystic fibrosis transmembrane conductance regulator) (미관상 그림 하나 넣어둔 것이니 굳이 깊이 알 필요는 없습니다. ^^;)
콜레라 환자에서 간혹 구토, 발열, 복통을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특징적인것은 아닙니다.
치료는 무엇보다도 신속하고 적절한 수분과 전해질의 보충이 중요합니다. 물론, 다른 증상이 있을 때에는 그에 대한 대증요법을 시행해 주고 tetracycline 등의 항생제를 사용합니다.
수분과 전해질을 보충해주는 방법으로, 경증인 경우에는 ORS( oral rehydration solution)라는 이온수를 먹임으로 수분과 필요한 전해질을 보충해 줄 수 있지만, 중증인 경우에는 입을 통해 먹는것으로는 충분한 흡수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주사를 이용하여 수액제를 공급해줘야 합니다. 이 때 사용하는 수액제 중에 하트만 솔루션(Hartmann's solution)이라는것이 있습니다. 다른 말로는 락테이티드 링거 솔루션(lactated Ringer's solution)이라고 하는데, 우리 몸에 있는 체액의 전해질 구성과 비슷한 구성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수액보충에 우선적으로 사용하는 수액제입니다. 과거 우리나라에 콜레라가 창궐하여 수 많은 사람이 변변한 치료도 못하고 죽어갈 때 링거 솔루션은 '링게르'라는 이름으로 많은 죽어가는 사람들을 살려내었습니다. 당시 서양의료에 대해 무지했던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링게르'의 놀라운 치료효과는 엄청난 충격이었고 이에 대한 각인이 아직까지 우리 어르신들에게 남아있어서 '링게르'를 마치 무슨 만병통치약이나 영양제인양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수액제는 다른 주사제와 마찬가지로 필요한 사람에게만 필요한 효과를 내는 치료제라는 점을 명심하고, 조금이라도 깨인 우리들은 이제 수액제에 대한 막연한 환상은 버리도록 해야합니다. 더불어, '링게르'라고 부르는 '링거(솔루션)'는 많은 수액제 중의 한 종류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수액제는 정확히 '수액제'라고 부를 수 있도록 합시다... ^^
살모넬라 장염(살모넬라 위장관염, Salmonella-induced gastroenteritis) 살모넬라(Salmonella)속(屬)의 세균에 의해 발생되는 위장관 감염을 말하며 살모넬라 식중독(Salmonalla food poisoning)이라고도 합니다.
살모넬라속의 세균에 의해 발생하는 모든 감염성 질환을 통칭하여 살모넬라증(slmonellosis)이라고 하는데, 크게 장티푸스(typhoid fever)나 파라티푸스(paratyphus)와 같이 세균이 일차적으로 혈류를 타고 증식하는 패혈증형과, 장내에서 증식하여 급성 위장염을 일으키는 식중독형(급성 위장염형)으로 대별됩니다. 장티푸스나 파라티푸스는 제1종 법정전염병으로, 특히 살모넬라 타이피(S. typhi)의 감염에 의해 발생하는 장티푸스는 40℃를 넘나드는 고열과 다양한 합병증으로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아서 과거 오래전부터 장질부사, 혹은 염병(열병)이라고 하여 경계를 했던 질환이었습니다. 그래서 '염병한다'는 것이 심한 욕이 되었던 것입니다. 여담으로 '지랄'은 간질발작(epyleptic seizure)을 일으키는 상태를 말하는데, 열이 펄펄 끓는 장티푸스 환자가 간질발작을 일으키고 있다는 뜻의 '염병 지랄'이 얼마나 심한 욕인가를 짐작할 수 있을것입니다... ㅠㅠ 여하튼 지금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살모넬라 식중독이기 때문에 패혈증형 살모넬라증인 장티푸스나 파라티푸스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자세히 다루도록 하고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음식물을 오염시킨 살모넬라 균
살모넬라속의 세균은 크게 세 가지의 혈청형(serotype)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로, 주로 인체감염을 잘 일으키는 형으로 앞서 언급한대로 심각한 법정전염병을 일으키는 S. typhi 와 S. paratyphi 등이 있으며, 두 번째로는 인체를 숙주로 하지않고 동물감염만을 일으키는 형으로 S. dublin (소 살모넬라)와 S. choleraesuis (돼지 살모넬라) 등이 있습니다. 세 번째로는 특정한 숙주에 적응되지 않고 인간과 동물 모두에게 감염을 일으키는 형으로 살모넬라속에서 대다수를 차지하는데, 혈류로의 침범은 없지만 대부분의 살모넬라 식중독의 원인이 됩니다. 여기에는 S. typhimurium, S. enteritidis, S. heidelberg 등 많은 종류가 있습니다.
살모넬라 식중독의 주 감염원은 오염된 육류나 우유, 그리고 특히 계란 등의 난류 식품 등인데, 실제 식중독 발생사례를 보면 특정 식품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양상을 보입니다. 이는 도시락 반찬이나 급식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형태의 육류 및 난류 가공 식품과 유제품 등이 오염원으로 작용하기 때문인것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특히, 계란보다는 메추리알이 살모넬라균의 오염에 더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살모넬라균은 저온 및 냉동상태에서 뿐만 아니라 건조에도 강하기 때문에 6∼9월에 가장 많이 발생되며 겨울에는 발생빈도가 낮으나, 최근들어서는 난방시설이 양호해지면서 겨울철에도 발생빈도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살모넬라균은 열에 약하기 때문에 저온살균(62∼65℃에서 30분 가열)만으로도 충분히 균을 사멸시킬 수 있습니다. 때문에 충분히 가열된 조리식품 만으로도 얼마든지 살모넬라 식중독은 예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조리된 식품을 취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2차오염이 더 큰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살모넬라 식중독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조리나 배식을 하는 사람들의 철저한 위생관리가 이루어져야합니다.
살모넬라 식중독의 잠복기간은 8∼48시간으로 평균 24시간 전후입니다. 주요 증상은 복통, 설사, 발열로서 간혹 구토와 어지러움을 동반하기도 합니다. 무른설사와 함께 혈변이나 점액변을 수반하는 경우도 있으며, 38℃ 전후의 열이 있어 감기로 오인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부분 대증요법만으로도 2~3일 이내에 회복되지만, 간혹 탈수를 동반하는 경우에는 수액치료(fluid therapy)를 시행하기도 합니다. 항생제는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간혹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영유아나 노약자 등에게는 선택적으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다만, 항생제 치료를 할 경우에 일시적으로 살모넬라균이 소실되지만 투약을 중지한 후 얼마되지 않아 다시 살모넬라균을 배설하는 장기 보균자(carrier)도 있으므로 살모넬라 장염환자나 건강보균자에 대한 정확한 치료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로 남아있습니다.
현재까지 살모넬라균에 대한 면역요법(vaccination)은 없기 때문에 철저한 개인위생과 식품관리 등을 통해서 사전에 살모넬라 감염을 예방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입니다.
세균성 이질(Bacillary dysentery) (=시겔라증(Shigellosis)) 시겔라(shigella)속(屬)의 세균에 의해 감염되며 설사가 주증상인 제1종 법정전염병입니다.
시겔라속에는 4가지 종(species)이 있으며 각각의 종은 다시 여러가지의 혈청형으로 나뉘어집니다. 그 중, 시겔라 디센테리애(shigella dysenteriae, Group A)는 10개의 혈청형으로 나뉘어지는데, 매우 독성이 강하여 10마리 정도만 감염되어도 질환을 일으킬 수 있으며, 가장 심한 증세를 유발합니다. 시겔라 플렉스네리(shigella flexineri, Group B)는 6개의 혈청형으로 나뉘어지며 세균성 이질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원인균이고, 그 외에 시겔라 보이디이(shigella boydii, Group C)와 최근에 증가추세인 시겔라 손네이(shigella sonnei, Group D)가 있습니다. 시겔라 균의 이미지
시겔라균은 사람만을 숙주로 하기 때문에 보균자나 환자의 대변이 주요 오염원이 됩니다. 손을 통한 직접적인 신체적 접촉에 의해 감염되기도 하고, 파리나 바퀴벌레 등의 해충에 의해 균이 전파되기도 합니다. 잠복기는 보통 36~72시간인데 7일이상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세균성 이질 환자가 다른사람에게 전염시킬 수 있는 기간은 급성감염기로부터 대변에서 균이 검출되지 않는 기간인 발병후 4주까지이기 때문에 그 기간안에 적절한 격리와 청결한 위생관리가 퓔요합니다. 주로 10세 이하의 유소아에게 많은 발병을 보이며, 가족내 2차감염이 10~40%에 이를만큼 높은것도 환자의 전염기동안 적절한 관리와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시겔라균은 하부위장관을 침범하는데, 특히 대장의 끝부분인 하행결장(descending colon) 및 에스상결장(sigmoid colon)과 직장(rectum)을 침범하여 증상을 일으킵니다. 감염이 된 후 1~3일후에 초기증상으로 쥐어짜는듯한 복통(cramping abdominal pain)과 더불어 물설사(watery diarrhea)가 나타납니다. 간혹 40℃이상의 고열이 동반되기도 합니다.(1st phase) 치료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 기간이 지나면, 급격한 증상은 사라지고 설사의 양상도 바뀌게 됩니다. 즉, 양도 줄어들며 선홍색의 점액성 무른변을 보게됩니다. 이 때에는 배변후 뒤가 묵지근한 느낌(tenesmus)을 갖게되고, 식욕부진(anorexia)과 체중감소(weight loss)가 나타나며, 합병증의 발생빈도가 높아집니다.(2nd phase) 특히, 시겔라균이 혈류를 타고 다른 장기로 퍼져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합니다.
치료는 수분과 전해질을 보충해주는 수액요법(fluid therapy)을 시행하고 균에 감수성이 있는 항생제를 사용하는것입니다. 특히 시겔라균은 여러가지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균이 많으므로 항생제 내성검사를 우선 시행한 뒤에 선택하여 사용하는것이 바람직합니다.
캄필로박터 식중독(Campylobacter food poisoning) 캄필로박터(campylobacter)속(屬)의 세균에 의한 위장관 감염으로, 하부 위장관인 회장 말단부(distal ileum)와 대장을 주로 침범하여 설사를 주로 일으키는 장염(enteritis)이 주요 질환입니다. 주요 원인균은 캄필로박터 제쥬니(compylobacter jejuni)이고, 캄필로박터 콜리(compylobacter coli)나 캄필로박터 페투스(compylobacter fetus)가 원인균이 되기도 합니다. 캄필로박터균은 인간의 체온보다 더 높은 조류의 체온에서 가장 잘 성장하여 숙주로 삼기 때문에 닭, 오리 등의 가금류가 주요 병원소가 됩니다. 이 균은 외부환경에 취약해서 대기중에 노출되었을 때 쉽게 사멸하지만 적은 수의 균량으로도 감염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캄필로박터균에 오염된 덜익힌 닭고기 등을 섭취한 후 2~6일이 지난 후에 복통, 발열,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데, 무증상인 경우도 많고 개인의 면역력의 차이에 따라 증상의 중증도가 다양합니다. 설사의 양상은 악취 나는 묽은 변에 점액과 더불어 혈액이 묻어 있는 것이 보통입니다. 대부분 10일 이내에 저절로 치유되는 질환(self-limited disease)이기 때문에 치료는 대증요법만으로도 충분하지만, 간혹 치유기간이 오래 걸리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 erythromycin 등의 항생제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약 25%에서 재발될 수 있습니다.
예르시니아 식중독(Yersinia food poisoning) 예르시니아 엔테로콜리티카(Yersinia enterocolitica)에 의해 감염되는 식중독입니다. 예르시니아 속(屬)의 세균중에는 과거 전 유럽을 휩쓸었던 공포의 전염병 페스트(pest)의 원인균인 예르시니아 페스티스(Yersinia pestis)가 있습니다. 그러나 식중독을 일으키는 Y. enterocolitica 는 당뇨환자나 간경화 환자들에게 간혹 세균혈증(bacteremia)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주로 물설사(watery diarrhea)를 일으키는 비교적 얌전한(?) 세균입니다. 세균성 식중독의 원인균으로는 1~3% 밖에 되지않으며, 음식이나 물을 통해 감염됩니다. 사람과 사람의 직접적이 접촉을 통한다든지 동물과의 접촉을 통해서 감염되는 경우도 흔한편입니다. 주로 영유아나 어린이들에게 감염이 잘 되며 드물게 혈변을 보이기도 합니다. 대부분 저절로 좋아지기는 합니다만 대증요법과 더불어 aminigltcoside, chloramphenicol, tetracycline, 3세대 cephalosporin 등의 항생제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자연독 식중독(Natural Toxic Food Poisoning)
자연계에는 인체에 해가 되는 독성물질이 수없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물질이 식품으로 오인되어 섭취되거나, 혹은 식품에 섞여서 섭취되었을 때 나타나는 일련의 증후군을 자연독 식중독이라고 합니다. 과거에는 '먹은것이 체했다'는 경우에도 이러한 자연독 식중독이 많았습니다.
자연독 식중독을 일으키는 독성물질을 동물성 독과 식물성 독으로 나눌 수 있는데, 대표적인 동물성 독으로는 복어(tetraodontidae)의 내장이나 난소에 들어있는 테트로도톡신(tetrodotoxin)을 들 수 있습니다. 흔히 '복어독'이라고 알려진 이 테트로도톡신은 신경독(neurotoxin)으로, 여기에 중독되면 극심한 복통과 오심, 구토, 설사 등의 위장관 증상이 나타나고 입술, 혀, 인후부의 마비로 시작해서 뇌신경 마비, 저혈압, 서맥 등이 나타나다가 결국에는 호흡근이 마비되어 사망에 이르게 됩니다. 테트로도톡신은 아주 적은양(0.5~1mg)으로도 치사량에 이를 수 있고, 끓는물에서도 잘 파괴되지 않을 뿐 아니라 영하의 온도(-20℃)에서도 변화되지 않기 때문에, 특히 각별한 주의를 요합니다. 치료는 무엇보다도 호흡을 유지해주는것이 중요하고, 증상에 따른 대증요법을 시행합니다. 위세척 등을 시행하여 위내에 잔류한 독성물질을 최대한 체외로 배출 시키는데, 워낙 미량에도 치사랑에 이르기 때문에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테트로도톡신을 장기간에 걸쳐 소량을 반복섭취한다고 해도 체내에 축척되지 않기 때문에 중독이 되지는 않지만, 면역형성도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면역혈청을 만들어낼 수 없기 때문에 항독소(antitoxin)가 없습니다. 복어를 영어로는 puffer fish(부풀리는 물고기), globefish(공모양 물고기), 혹은 blowfish(내뿜는 물고기)라고 한다.
이 외에 자연독 식중독을 일으키는 동물성 독으로는 시가테라 피쉬(ciguatera fish)의 시구아톡신(ciguatoxin)과 모시조개나 바지락, 굴 등의 조개류에 들어있는 베네루핀(venerupin), 홍합 등에 들어있는 삭시톡신(saxitoxin(=mytilotoxin)) 등이 있으며, 작용기전과 증상은 비슷합니다.
자연독 식중독을 일으키는 식물성 독으로는 독버섯에 함유되어있는 알칼로이드 성분인 무스카린(muscarine)을 들 수 있습니다. 무스카린은 부교감신경의 말초를 흥분시키는 작용을 하여 동공을 수축시키고 안구조절 경련을 일으키며, 심장의 박동수나 박출량을 감소시킵니다. 또한 각 장기의 분비를 순환성 쇼크를 일으키며, 마침내는 경련을 일으키고 혼수에 빠져서 사망에 이르게 합니다. 무스카린 중독의 해독제로는 아트로핀(atropine)을 사용합니다. 무스카린이 함유되어 있는 독버섯인 광대버섯(Amanita muscaria)
또한, 감자의 싹눈이나 토마토 등에 들어있는 솔라닌(solanin)도 자연독 식중독을 일으키는 식물성 독으로 비교적 흔한 원인이 되고, 이 외에도 독미나리의 치쿠톡신(cicutoxin)이나 살구씨나 복숭아씨 속의 아미그달린(amygdalin), 맥각(麥角, ergot)의 에르고톡신(ergotoxin) 등이 있습니다.
화학성 식중독(chemical food poisoning)
식품중에 함유된 유독한 화학적 물질들에 의해 식중독을 일으키는 경우를 화학성 식중독(chemical food poisoning)이라고 합니다. 크게 유해물질 자체의 독성으로 증상을 일으키는 독성 화학성 식중독(toxic chemical food poisoning)과 화학적 물질로 인한 알레르기 반응(allergic reaction)으로 증상을 일으키는 알레르기형 화학성 식중독(allergic chemical food poisoning)으로 나눌 수 있으며, 독성 화학성 식중독은 그 원인 물질에 따라 납, 주석, 비소, 아연, 카드뮴 등 중금속과 같은 무기물질에 의한것과 살충제, 제초제 등의 유기물질에 의한것으로 구분해 볼 수 있습니다. 화학성 식중독을 일으키는 유해물질이 식품에 오염되는 경로는 다양한데, 주로 식품의 가공 및 제조 과정에서 혼합되거나, 포장이나 용기 등에 있던 유해물질이 용출되어 식품을 오염시키거나, 살충제나 제초제 등의 농약이 식품에 잔류되어 있는 경우들입니다.
독성 화학성 식중독의 경우는 원인이 되는 유해물질의 종류에 따라 매우 다양한 증상을 일으킬 수 있지만, 대부분 복통, 구토, 설사 등의 위장관 증상이 나타납니다. 그러나, 중금속 중독의 경우는, 극소량의 중금속에 장시간 노출된 결과 체내에 축척된 중금속의 영향으로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급성기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치료는 대증요법과 탈수의 정도에 따른 수액요법을 기본으로 하고, 위 내에 남아있는 독성 물질을 배출시키기 위해 위세척을 실시하며, 원인 물질에 따른 해독제를 사용합니다.
알레르기형 화학성 식중독은 대부분의 사람에게서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는 알레르기 유발 물질에 의한 경우와 특정한 체질의 사람에게서 특정한 물질에 의해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경우로 구분해 볼 수 있습니다. 알레르기 유발 물질에는 알레르기 반응의 기전에 직접 관여하는 히스타민(histamine)을 비롯해서 티라민(tyramine), 트립타민(tryptamine) 등이 있는데, 주로 고등어, 정어리, 꽁치 등의 붉은살 생선에 많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섭취한 후 수분에서 1시간 이내에 안면홍조, 점막충혈, 발적, 두드러기 등의 피부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고, 복통, 오심, 구토 등의 위장관 증상이 동반됩니다. 특정한 체질에서 나타나는 알레르기 반응으로 인한 화학성 식중독은 일반적인 알레르기 반응과 유사한 피부증상에 위장관 증상이 동반되어 나타납니다. 간혹, 피부증상이 없이 경미한 위장관 증상만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같은 음식을 여럿이 나누어 먹었는데 유독 한 두 사람만 위장관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알레르기형 화학성 식중독으로 인한 위장관 증상은 유해물질로 인한 위장관의 직,간접적인 기능장애로 인한 것 외에 연동운동(peristalsis)에 영향을 미쳐서 나타나기도 합니다. 심한 경우에는 마비성 장폐색증(paralytic ileus)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장폐색증에 대한것은 다음에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바이러스성 위장관염(Viral Gastroenteritis)
바이러스성 위장관염(viral gastroenteritis), 혹은 바이러스성 장염(viral enteritis)은 바이러스에 의해 위장관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라고 쉽게 생각하면 됩니다. 그러나, 깊이 들어가면 상당히 복잡한데, 우선 그 이름만도 여러가지 다른 이름으로 불리웁니다. 급성 감염성 비세균성 위장관염(acute infectious nonbacterial gastroenteritis), 유행성 설사증(epidemic diarrhea), 동절기 구토병(winter vomiting disease) 등이 모두 바이러스성 위장관염을 일컫는 말입니다.
바이러스성 위장관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노로바이러스(norovirus) 그룹과 로타바이러스(rotavirus) 그룹이 대표적이며, 아데노바이러스(adenovirus), 아스트로바이러스(astrovirus), 코로나바이러스(coronavirus) 등의 그룹도 위장관염을 일으키기는 하지만 극히 드문 경우입니다.
엔테로바이러스(enterovirus)의 'entero-'는 '장'을 의미하는 라틴어 접두어인데, 이때문에 엔테로바이러스 그룹이 바이러스성 위장관염의 주 원인이 되는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엔테로바이러스는 위장관염보다는 비특이적 열성질환(undifferetiated febrile illness)이나 무균성 뇌수막염(aseptic meningitis) 등을 일으키는 원인 바이러스가 됩니다. 참고로 엔테로바이러스 그룹에는 엔테로바이러스 외에 폴리오바이러스(poliovirus), 콕사키바이러스 그룹 A 와 B(coxackievirus group A & B), 에코바이러스(echovirus)가 있습니다. 그 중 에코바이러스는 신생아 설사(neonatal diarrhea)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위생관념이 발달하고 생활이 윤택해지면서 예전처럼 상한 음식을 섭취하는 일이 적어짐에 따라 근래에는 세균성 위장관염(식중독)보다는 바이러스성 위장관염이 훨씬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특히 노로바이러스에 의한 위장관염은 최근의 모든 위장관염의 50%를 차지할 정도입니다. 노로바이러스는 과거에는 미국의 뉴욕 인근지역인 노워크(Norwalk)의 지명을 따서 노워크 바이러스(Norwalk virus) 혹은 노워크 양상 바이러스(Norwalk-like virus)라고 불렀습니다. 주로 식수나 수영장의 물을 통해 감염이 되나, 사람과 사람사이의 직접적인 접촉을 통하여도 감염이 가능하고, 전염성이 강하여 집단적인 발병양상을 보입니다. 잠복기는 보통 24~48시간이나 12시간 이내에 발병하기도 하며, 주로 구토와 설사 증상이 나타나며 복통을 동반하기도 하고, 드물게 열이 나기도 합니다. 겨울철에 많은 발생을 보이지만 최근들어서는 계절에 상관없이 발병이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어느 연령이든 발병이 가능하나, 소아나 청소년 연령대의 발병이 가장 많으며, 대부분 증상의 발현 후 2~3일내에 저절로 좋아집니다. 그러나, 영유아나 노인층에서는 간혹 탈수 등으로 인하여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하여 적극적인 처치가 필요하기도 합니다. 치료는 주로 대증요법에 의존하며 구토나 설사로 인한 탈수가 심할 때에는 수액치료를 실시합니다. 일반적인 감기 바이러스처럼 노로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은 개발되지 않았으며 면역형성도 되지 않습니다. 노로바이러스의 전자현미경 사진
로타바이러스에 의한 위장관염은 영유아에게서 가장 흔한 바이러스성 위장관염입니다. 로타바이러스는 주로 5세 이하의 영유아에게서 겨울철 설사질환을 일으키는데, 오랫동안 국내에서는 그 원인을 몰라서 가성 콜레라로 불리웠습니다. 로타바이러스는 1973년에 처음 발견됐으며 전자현미경으로 보면 수레바퀴모양으로 보인다고 해서 '로타'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대부분 늦가을부터 겨울철에 걸쳐 전국적으로 발생하는데, 6~24개월의 영유아에게서 주로 발생하며, 처음에는 열이나고 토하는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감기처럼 보이지만 곧 심한 설사를 하게됩니다. 발열과 구토 증상은 2~3일 이내에 호전되지만 설사는 보통 5~7일간 지속됩니다. 성인에게도 감염이 되기도 하지만 거의 증상이 없습니다. 그러나 영유아에게 발생한 경우에는 설사로 인한 탈수가 심해질 수 있으며, 이때 적절한 처치를 시행해주지 않으면 저혈성 쇼크(hypovolemic shock)로 사망할 수도 있습니다. 치료는 증상에 대한 처치를 주로 하며 탈수가 심한 경우에는 수액치료를 병행합니다. 무엇보다도 다른 영유아에게 전염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합니다. 로타바이러스는 보통 증상이 발생한 후 7~8일간은 대변으로 배출됩니다. 더군다나 물속에서 수 주간 생존할 수 있고 사람의 손에서도 4시간 이상 생존할 수 있으며, 습도가 50% 이상 되면 공기중에서도 수 일 동안 감염성이 있습니다. 때문에 신생아실이나 유아원 등 영유아들이 많이 모여있는 곳에서는 집단적인 발병을 할 수 있으므로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아이들의 간격을 충분히 유지하며, 항상 손을 깨끗이 씻고, 기저귀를 갈 때 분변이 묻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만약 로타바이러스 감염이 의심되는 영유아가 있을 때에는 적절한 격리를 시켜서 다른 아이들에게 전염되는것을 방지해야 합니다. 최근에는 로타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이 개발되어 영유아에게 예방접종이 실시되고 있습니다. 로타바이러스의 모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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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글에서와 같이 댓글로 올라오는 질문에 대해서 최대한 아는 한도내에서 답을 추가로 작성하도록 하겠습니다.
*** Question 제 딸이 구토증세가 심해서 병원에 갔는데 천식이 심해서 입원해야 된다구 해서 입원을 했는데 소아병동 장염 환자들 병실에 입원을 시키더라구요. 그런데 3일후에 설사를 하기시작해서 검사를 했는데 장염이라고 했어요. 그전에 같은병실 유아가 토하는것이 좀 묻어서 닦았거든요... ...같은 병실을 쓰면 유아에게서도 전염이 되는지 상세히좀 알려주세요. 07/11/16 (금) 오후 10:35 [강전구] from 125.139.180.12 Answer 질문하신 분의 자녀분의 질환은 로타바이러스에 의한 장염이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위의 본문에 자세히 설명이 되어있으니 다시 한번 참고하시기를 바라며, 처음 증상 자체도 로타바이러스에 의한 장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로타바이러스에 의한 장염의 초기에는 열과 구토를 보이기 때문에 대부분 감기로 오인하기가 쉽습니다. 그러다가 설사 증상이 일주일가량 지속되게 됩니다. 로타바이러스는 전염성이 강하기 때문에 환아는 격리 시키는 것이 원칙입니다. 구토물 보다는 대변을 통해서 바이러스가 전염이 되며 공기중을 통하여서도 감염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로타바이러스에 의한 장염인지 다른 세균성 혹은 화학성 장염인지는 단순히 증상만 가지고는 알 수가 없으며, 균 배양이나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항체검사 등을 통해야만 확진이 가능합니다. 대부분의 장염은 증상에 대한 처치만으로도 특별한 문제없이 좋아지기 때문에, 굳이 비싼 검사는 시행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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