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어둠 속에 깨어있는 건 굶주린 밤고양이만은 아니다
누구에게 따귀를 맞은 듯 가위 눌린 잠에서 걸어 나오면
어디선가 혼신으로 앓고 있는 목소리
바람 일제히 닫힌 창문 쪽으로 불고
겨울 달빛 고드름으로 서 있는 골목길,
허술한 처마 아래 파아랗게 눈 뜬 채 어둠을 응시하는 저 눈빛
제 안의 검은 말들을 태워,
제 몸 속 차가운 눈물줄기들 태워 한 줌 온기로 노곤한 집들의
잠을 지키는 저 조그만 몸 속 반짝이는 수많은 불의 씨앗들
길 잃은 신발의 꿈들 찬 달빛 비껴 잠재우고 어린 밤고양이
허기를 먼 별빛으로 들어올린다 허술히 버려진 집 한켠에 숨어서
제 몸 속 한기로 무딘 온기를 벼리는 저 형형한 눈빛들 꺼지지 않아
온 밤 내 거친 잠 속의 불씨들 다독인다 차가운 지붕을 어루만지며
지상으로 내려오는 순한 별빛들 받는다. 인적 드문 골목마다
일어서는 저 낮고 가열찬 심장의 박동소리.
선홍빛, 꽃내음나는 새벽으로 성큼성큼 걸어간다.
-시집 '나비의 침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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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술=1956년 경남 진해 출생.
1992년 '현대문학' 등단.
시집으로 '의자와 이야기하는 남자'
'무기와 악기' 등이 있다.
성능 좋은 보일러들이 세상의 방이란 방은 골고루 데울 수 있겠지만
시린 마음만은 데울 수가 없지요. 길 잃은 신발의 꿈들 재워주고 허기진
어린 밤고양이 별빛으로 들어 올려주기도 하고 사람들 새벽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게도 하는 '보일러, 보일러'를 읽습니다. 보일러를 돌리는
세상 고마운 존재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전다형·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