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3. 23. 07:27ㆍ″``°☆시들의모음/◈아침의― 詩
착할 선(善) -박순원-
선하기로 따지면 무담보대출이 선하다 임대주택이 선하다 끝까지 믿을 것은 못 되지만
8년을 사귀었는데 헤어 졌어요 처가살이 시가살이 서울을 훨씬 벗어난 변두리 끄트머리 옥탑방 지하 월셋방 별의별 생각을 다 했는데 방법이 없어요 최소한이라는 것이 있잖아요 그냥 저 벌어서 저 먹고 나 벌어서 나 먹고
선하기로는 한강다리가 선하다 통행료도 안 내고 두 다리로 걸어서 건너가면 되는 한강다리가 선하다 저 혼자 졸다가 꺼지는 가로등이 선하다
술값이 만구천 원 나왔다 만 원짜리 두 장을 꺼내들고 이런 것 천 장만 있으면 되는구나 소주 오백 번만 안 마시면 되는구나 선하기로 따지면 돈 내고 마시는 독한 소주도 선하다.
-시집 '주먹이 운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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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원=1965년 충북 청주 출생.
선하기로 치면 전세비도 없이 그래도 버티는 내 정신이 선하다.
http://blog.daum.net/kdm2141/2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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