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5. 20. 06:07ㆍ″``°☆시들의모음/◈가슴의― 詩
찔레꽃-전자올겐
꽃은 야하고 바람은 난잡하여 꽃 앞에 침묵하지 않으면 무릎 끓지 않으면 꽃의 말은 들을 수 없지
찔레꽃이 하얗게 핀 건 아파서 가 아니지 세상 어떤 꽃인들 웃지 않으랴만 늘 웃고 살지만 그건 그렇게 할 따름
당당하고 강해도 약하고 약해 상처받고 여리고 여려 잘 운다는 거 해맑은 햇살 같지만 속엔 비가 내린다는 거
앞 다투어 피지만 위계질서가 있어 생의 최선을 다한 절정의 순간
힘이 달려 무너진다는 거 애써 웃으려는 저 꽃, 제발 함부로 대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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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애=1993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시, 시집 '시월은 연어처럼','가장 짧은 말' 외4권
참견하지 말아야 한다. 누구에게나 홀로 핀 산 도라지 꽃 같은 시간은 있다. 바람이 불면 달도 흔들리는 물가에서, 생의 난간 같은 길 끝에서 쓰건 달건 가슴에 저 꽃 같은 이름 하나 없겠는가. 나에게 준 마음 하나로 평생을 편안히 늙어갈 수 있는 그런 사람에게 혹 상처가 두려워 가시를 세우지는 않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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