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7. 10. 07:09ㆍ″``°☆시들의모음/◈가슴의― 詩
발끝을 세우고 총총 지나가는 시간이 내 앞에서 잠시 멈췄다
반쯤 열린 창문으로 반만 보이는 붉은 보랏빛 허공이 26층 아래에서 사뿐히 밀어 올리던 소리가 이 모든 소리가 나의 왼쪽 귀에서 오른쪽 귀를 통과해 프테라노돈의 등을 타고 백악기로 사라지다가
아무것도 없거나 무엇으로 가득 찬 하얀 종이 위에 또박또박 그어 내린 점선들이 당신에게 채 닿기도 전에 가볍게 떠오르다가 빙그르르 돌다가 장마철 눅눅한 회색 하늘처럼 뿌옇게 흐려지다가
며칠 전 휴대폰으로 찍었던 우리가 함께했던 어느 따뜻한 날의 기록이 초록의 무성한 잎들이 기억 저편에서 공작새의 우아한 깃털처럼 펼쳐질 때
나는 어디에도 없었고 그 어디에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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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해인=2006년 계간 '부산시인' 등단.
<시작 노트> 어떤 것에도 방해받지 않는 시간이 가끔 찾아온다. 이런 날은 늘 이 시간을 나는 완전한 시간이라 부른다
http://blog.daum.net/kdm2141/3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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