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8. 10. 07:20ㆍ″``°☆시들의모음/◈아침의― 詩
민지의 꽃 / 정희성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청옥산 기슭 덜렁 집 한 채 짓고 살러 들어간 제자를 찾아갔다 거기서 만들고 거기서 키웠다는 다섯 살배기 딸 민지 민지가 아침 일찍 눈 비비고 일어나 저보다 큰 물뿌리개를 나한데 들리고 질경이 나싱개 토끼풀 억새…… 이런 풀들에게 물을 주며 잘 잤니,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그게 뭔데 거기다 물을 주니? 꽃이야, 하고 민지가 대답했다 그건 잡초야, 라고 말하려던 내 입이 다물어졌다 내 말은 때가 묻어 천지와 귀신을 감동시키지 못하는데 꽃이야, 하는 그 애의 말 한마디가 풀잎의 풋풋한 잠을 흔들어 깨우는 것이었다 -시집 '시를 찾아서'에서- .................................................................................................... ▶정희성=1945년 경남 창원 출생. 197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답청' '저문 강에 삽을 씻고' 등. 김수영문학상 만해문학상 등 수상. 민지의 말을 빌려, '그래, 꽃이야, 내 만나는 모든 사람은 꽃이야'라고 말해봅니다. 너도 꽃, 나도 꽃, 구별하는 마음 내려놓으면 세계가 일화(一華). 일 때문에, 돈 때문에, 지위 때문에, …때문에 오늘 하루도 만나는 모든 생명이 꽃인 것 놓치지 마시길. 이희철·시인 kookje.co.kr
민지의 꽃 / 정희성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청옥산 기슭
덜렁 집 한 채 짓고 살러 들어간 제자를 찾아갔다
거기서 만들고 거기서 키웠다는
다섯 살배기 딸 민지
민지가 아침 일찍 눈 비비고 일어나
저보다 큰 물뿌리개를 나한데 들리고
질경이 나싱개 토끼풀 억새……
이런 풀들에게 물을 주며
잘 잤니,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그게 뭔데 거기다 물을 주니?
꽃이야, 하고 민지가 대답했다
그건 잡초야, 라고 말하려던 내 입이 다물어졌다
내 말은 때가 묻어
천지와 귀신을 감동시키지 못하는데
꽃이야, 하는 그 애의 말 한마디가
풀잎의 풋풋한 잠을 흔들어 깨우는 것이었다
-시집 '시를 찾아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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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성=1945년 경남 창원 출생. 197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답청' '저문 강에 삽을 씻고' 등. 김수영문학상 만해문학상 등 수상.
민지의 말을 빌려, '그래, 꽃이야, 내 만나는 모든 사람은 꽃이야'라고 말해봅니다. 너도 꽃, 나도 꽃, 구별하는 마음 내려놓으면 세계가 일화(一華). 일 때문에, 돈 때문에, 지위 때문에, …때문에 오늘 하루도 만나는 모든 생명이 꽃인 것 놓치지 마시길. 이희철·시인 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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