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깟 몇푼 된다고
온라인 한줄이면 충분할 텐데
자루에 넣고 다시 포장해서 택배로
이틀 만에 사람이 들고 왔다
철원평야 들바람과
농사꾼들 발자국 깊게 파인
논바닥이 훤히 보이고
두루미 울음까지 들어 있는
쌀을 보내왔다
나는 그걸로 식구들과 하얀 이밥을 해먹었다.
-시집'걸었던 자리마다 별이 빛나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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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1946년 강원도 양양 출생.
1976년 '심상' 등단.
시집 '동해별곡' '어느 농사꾼의 별에서' 등.
'백석문학상' '민족예술상' 등 수상.
일상적으로 시인은 시를 보내고 원고료를 받는데, 이 시에서는 원고료 대신에
택배로 철원평야의 쌀을 배달받지요. 그리고 보내온 쌀의 의미를 반추하며
이밥을 해먹었다고까지 진술. "온라인 한줄이면 충분할 텐데." 그러나 정춘근 형은
그러질 않고, 시인은 배달받은 쌀을 통해 자연과 사람의 관계를 깊게 확장합니다.
이는 삶에서 주고받는 사용가치, 교환가치, 기호가치를 넘어서 상징가치
(선물의 형식)를 보여주는 것으로 진정한 사람의 관계 회복을 위한 즐거운
불편이겠지요.
이희철·시인 kookj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