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척 / 정해송
한밤에 기침하면 어머니가 먼저 안다
잦으면 애가 쓰여 거실을 서성이고
사원이 보이는 쪽으로 두 손 모아 앉으시다
새벽을 일으키는 어머니의 묵상기도
영성의 맑은 피가 뇌혈관을 통해오고
한 사발 따끈한 자애 잠긴 목이 풀렸으니
방에도 거실에도 어머니는 이제 없다
내가 기침해도 빈 여음만 쌓이는 집
창 너머 바랜 미소가 어둠 속에 상감象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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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송=1978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조집 '안테나를 세우고' '응시 ( 凝視)' 외 다수.
참으면 참을수록 더 심해지는 것이 기침인지라 시인은 어머니께서 애쓰실까 봐
억지로 참아보지만, 오히려 기침은 더 심해질 뿐 멈출 수가 없습니다. 어머니는
그런 아들이 안타까워 한밤중에 '사원이 보이는 쪽으로 두 손 모아 앉으'시고요.
어머니의 간절한 기도 덕분인지 아들의 '잠긴 목이 풀렸으니', 자식을 걱정하는
어머니의 자애를 다른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자애로우시던
어머니는 이제 '방에도 거실에도' 계시지 않는 부재, 그 상실의 아픔이 묵직하게
와 닿아 가슴을 뭉클하게 합니다.
손증호·시조시인
부산시조시인협회·국제신문 공동 기획
kookje.co.kr-2013-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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