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의 힘 1
/ 조동화
더 높이 더 멀리 골프공이 날아가는 건
제 몸 가득히 패인 딤플들 때문이다
빽빽이 뒤덮인 상처가 바로 그의 힘이다
일견 매끈한 공이 멀리 갈 듯하지만
마찰과 부력이 그에게선 일지 않는다
온 힘을 다해 때린대도 겨우 몇 십 미터일 뿐…
먼 길을 가는 자에겐 모두 딤플이 있다
고통의 고비마다 아로새긴 그 흔적들
필살의 타격에 업혀 홀인원도 이루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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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화=197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조집 '낙화암' 외 다수
청년 취업이 문제입니다. 구조적인 문제라고 하는데 겨울이 오면 더 견디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조동화 시인의 '상처의 힘'을 소개합니다. 상처는 '고통의 고비마다
아로새긴 그 흔적들'임에랴. 결국 도전의 흔적들이고, 무언가 시도하다가 부딪힌
흔적들입니다. 상처받기를 두려워 아무 것도 시도하지 않는 것보다야 아프긴 하지만
'필살의 타격에 업혀'야 '홀인원도 이룰' 수 있지 않을까요?
부산시조시인협회·국제신문 공동 기획
kookje.co.kr 2013-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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