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진다*
♧황구하♧ 저 검은 몸속이다 하늘로 가는 길 은밀히 뚫어 놓았나
여의주 문 물고기 한 마리 지금 막 헤엄쳐 나간 게 분명하다
시리디시린 하얀 비늘들 저리 환히 쏟아지는 걸 보면
-시집 '물에 뜬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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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구하=1965년 충남 금산 출생. 2004년 '자유문학'으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물에 뜬 달'.시와에세이
벚꽃예보는 예년보다 며칠 빨리 꽃이 필 것이라지만, 꽃샘추위의 체감온도는 여전히
낮다. 꽃 한 번 피우는데 무슨 시샘을 그리 내는지, 봄의 기운을 맛본 후의 추위가 한층
매섭게 느껴진다. 낙화의 이미지가 선명한 감각적인 시다. 벚나무의 식물성을 물고기
의 동물성으로 연결하는 상상력, 바람에 날리는 꽃잎에서 물고기의 비늘을 발견한 시인
의 눈이 새롭다.
시의 첫걸음은 일상의 발견. 꽃 피는 풍경보다 꽃 지는 풍경이 시에 더 가깝다. 소멸
하는 것, 사라지는 것이 모든 존재의 공통의 운명에 닿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비늘을
다 쏟아놓고 갔으니, 그 물고기 맨몸으로 멀리 가자면 쓰리고 아프겠다. 최정란·시인 kookje.co.kr
http://blog.daum.net/kdm2141/4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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