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냄새가 번졌다
♡김혜영♡ 1 앞집 여자는 비서처럼 키가 늘씬하다 향수냄새가 골목길에 번졌다
그녀는 프라다 핸드백을 새로 장만했다 구두는 구찌 목걸이는 샤넬
아이는 없다 여름휴가는 미국으로 대문 앞에 누워 뒹구는 코리아 헤럴드
다른 시대를 사는 나비들 날렵하게 매끈하게 달려가는 스피드 족
자동차는 보라색 벤츠 그녀는 덴마크 접시를 사다 모았고 김종학의 꽃 그림을 사랑했다
-시집 '프로이트를 읽는 오전'에서-
-----------------------------------------------------------
▶김혜영=1966년 경남 고성 출생. 1997년 '현대시' 등단.
이 시 뒷부분은 이렇다. '2 뒷집 여자는 어젯밤 사내애를 두들겨 팼다/구멍난 시험지를 들고 문 밖에 선 아이//밤마다 우당탕 가구가 무너지는 소리/빈 소주병을 입에 물고 문밖에 선 아저씨(중략)향수 냄새가 뒷집 부엌에서 번져 나왔다'. 1과 2는 대조적인 앞집과 뒷집 삶을 보여준다.
다 나름의 향수 냄새가 난다. 하나는 스피드와 결합된 날렵하고 매끈한 신상의 물질 냄새, 다른 하나는 지지고 볶으며 살아가는 부엌의 밥 냄새, 사람 냄새다. 입으로 사람 냄새가 진짜 향수라 말하면서, 물질을 향해 사람의 아이들을 몰아붙이는 것은 아닌지. 최정란·시인 kookje.co.kr
http://blog.daum.net/kdm2141/42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