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끝에 오직 한 번
화사하게 꽃이 피는
대나무처럼
꽃이 지면 깨끗이 눈 감는
대나무처럼
텅 빈 가슴에
그토록 멀리 그대 세워 놓고
바람에 부서지는 시간의 모래톱
벼랑 끝에서 모두 날려버려도
곧은 길 한 마음
단 한 번 눈부시게 꽃 피는
대나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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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후란=1934년 12월 26일 서울 출생
필명 김후란 (金后蘭). 본명 김형덕 1954년 경향신문으로 등단
1960년 ≪현대문학≫에 <오늘을 위한 노래>, <문>, <달팽이>
3편의 시가 추천되어 등단. 시집<새벽, 창을 열다>외 많음
당신의 소망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솔직하게 대답하는 사람은 드물다.
비밀이라고 아예 입을 다물기도 한다. 그러나 아무런 소망도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시인들은 대개 좋은 시를 쓰고 싶은 소박한 소망을 간직하고 있다.
이보다 더 시적인 소망, 즉 ‘대나무처럼’ 되고 싶은 소망을 품은 시인이 여기 있다.
이 시인의 말을 빌리면 “저마다 아름다운 꽃을 다투어 자랑하는 그 많은 식물
가운데 대나무만은 일생에 단 한 번 꽃을 피우고, 이내 뿌리째 고갈되어 죽는다”
고 한다. 바로 이 대나무처럼 살아가기를 바라는 고결한 소망이 담긴 시를
만나기도 쉽지 않다.
<김광규·시인·한양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