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의 못을 뽑고
◇복효근◇
( … )타이어에 박힌 못을 함부로 잡아 뽑아버리고서 알았다 빼는 그 순간 피식피식 바람이 새어나가 차는 주저앉고 만다
사는 일이 더러 그렇다 가슴팍에 대못 몇 개 박아둔 채 정비소로 가든지 폐차장으로 가든지
갈 데까지는 가는 것 갈 때까지는 가야 하는 것 치유를 꿈꾸지 않는 것 대못이 살이 되도록 대못을 끌어안는 것( … ) 생이 새어나가지 않게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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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효근=1962년 전북 남원 출생 1991년 『시와시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1993년)
『버마재비 사랑』(1996년)『새에 대한 반성문』(2000년) 『누우떼가 강을 건너는 법』(2002년)『목련꽃 브라자』(2005년) 시선집으로 『어느 대나무의 고백』(2006년)
남의 가슴에 못을 박는다는 말은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는 비유다. 그러나 가슴에 박힌 못을 뽑는다는 말은 별로 쓰이지 않는다. 못은 박기보다 뽑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자동차 타이어에 못이 박힌 줄 모르고 그냥 타고 다니다가 나중에 그것을 발견한 운전자는 가끔 공기압을 체크하고 타이어를 점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배운다.
아울러 운행 중에 타이어에 박힌 못을 뽑아버리면 금방 펑크가 나서 오히려 치명적 이라는 사실도 알게 된다. 이 평범한 경험으로부터 가슴에 박힌 못을 자기 몸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참고 견디며 살아가는 씁쓸한 지혜를 터득하는 사람도 있다.
<김광규·시인·한양대 명예교수> joins.com/2014.06.14
http://blog.daum.net/kdm2141/4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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