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눈
○허형만○ 이태리 맹인가수의 노래를 듣는다. 눈먼 가수는 소리로 느티나무 속잎 틔우는 봄비를 보고 미세하게 가라앉는 꽃그늘도 본다.
바람 가는 길을 느리게 따라가거나 푸른 별들이 쉬어가는 샘가에서 생의 긴 그림자를 내려놓기도 한다. 그의 소리는 우주의 흙 냄새와 물 냄새를 뿜어낸다.
은방울꽃 하얀 종을 울린다. 붉은점모시나비 기린초 꿀을 빨게 한다. 금강소나무 껍질을 더욱 붉게 한다.
아찔하다. 영혼의 눈으로 밝음을 이기는 힘! 저 반짝이는 눈망울 앞에 소리 앞에 나는 도저히 눈을 뜰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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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형만=1945년 전남 순천 출생. 중앙대 국문과 졸업. 1973년 『월간문학』 등단. 시집 『불타는 얼음』『그늘이라는 말』 『영혼의 눈』 등 14권과 활판시선집 『그늘』, 중국어시집 『許炯萬詩賞析』, 일본어시집 『耳を葬る』. 평론집『영랑 김윤식연구』『시와 역사인식』 등 다수.
kyeonggi.com/2014.06.16
느티나무
은방울꽃-영란(鈴蘭)
붉은점모시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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