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6. 18. 18:04ㆍ″``°☆아름다운詩/◈詩있는아침
2호선 -이시영-
가난한 사람들이 머리에 가득 쌓인 눈발을 털며 오르는 지하철 2호선은 젖은 어깨들로 늘 붐비다
사당 낙성대 봉천 신림 신대방 대림 신도림 문래 다시 한 바퀴 내선순환을 돌아 사당 낙성대 봉천 신림
가난한 사람들이 식식거리며 콧김을 뿜으며 내리는 지하철 2호선은 더운 발자국들로 늘 붐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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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영=李時英, 1949년 ~ )전남 구례에서 출생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와 고려대 대학원 국문과를 수학 196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조가, 《월간문학》 제3회 신인작품 공모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정지용 문학상, 동서문학상, 현대불교문학상, 지훈상, 백석문학상,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만해문학상을 수상했다.
지난 사십 년 동안 무수히 지하철을 타고 다녔지만, 순환선 2호선을 타고 서울의 지상과
지하를 한 바퀴 돌아본 적은 없다. 그래도 2호선의 승객들이 강남과 강북, 동부와 서부
구간에 따라 특색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강남 구간에서는 교대역·삼성역에서 승하차
또는 환승이 특히 어렵고, 강서 구간에서는 신도림역이 그런 것 같다.
얼마 전 서초역에서 신촌 방향 2호선을 탔다. 몸을 가누기 힘들고 숨이 막힐 정도로 승객
이 많았는데 화장기 없는 얼굴에 무거운 짐을 들고 앉아있던 중년의 아줌마가 한 노인
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꼬박 열한 정거장을 서 있다가 문래역에서 내렸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의 뒷모습을 나는 거기서 보았다.
<김광규·시인·한양대 명예교수> joins.com/2014.06.17
http://blog.daum.net/kdm2141/4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