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의 손
○이대의○
풀에도 손이 있는 것을 몰랐다 자주 지나치면서 무심하게 돌아서고 하잘것없어 그냥 스쳐 지났던 길가의 풀 그 풀의 손을 잡을 줄 몰랐다
눈 내리고, 얼어붙은 비탈길 그곳에서 풀의 손을 보았다 그곳에서 풀이 손을 내밀고 있는 것을 보았다
가까이 있기에 무심했고 흔한 것이기에 만만했던 풀 힘든 일이 닥치고서야 알았다
가까이 있는 것의 소중함을 결국 비틀거릴 때 나를 잡아준 것은 저편 높은 언덕의 큰 소나무가 아니고 가까이 있는 작은 풀이었다 이제야 풀의 손을 잡을 줄 알게 되었다
-시집 『서울엔 별이 땅에서 뜬다- 2013년 서정시학 시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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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의=(1960~ )1960년 경기도 평택 출생 199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당선 방송대 졸업, 동국대 문예창작대학원 졸업 시집 『서울엔 별이 땅에서 뜬다』 현 방송대 학보사 근무, 풀밭 동인
냉이·질경이·꽃다지·씀바귀·엉겅퀴·달개비·쑥부쟁이·애기똥풀·말똥가리풀·앉은뱅이·
진드기풀…. 우리나라 산과 들, 밭두렁과 길가에서 자생하는 풀들이 얼마나 많은가.
밭을 매고, 길을 내고, 잔디밭을 가꾸느라고, 매일 밟고 다니고 뽑아버리면서도,
그 많은 잡초의 이름을 알 수 없어, 그냥 풀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우리가 그 위에서 살고 있는 땅의 깊은 구렁으로부터 드넓은 벌판을 거쳐
만년설이 쌓인 높은 산기슭에 이르기까지 지표면을 가장 넓게 뒤덮고 있는 것이 바로
풀이다. 너무 흔해서 무심하게 지나쳤던 이 초본과 식물이 우리의 삶을 지탱해 준다는
평범한 진리가 이 시를 새롭게 한다.
< 김광규·시인·한양대 명예교수> joins.com/2014.06.28
엉컹퀴꽃
애기똥풀꽃
http://blog.daum.net/kdm2141/4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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