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것과 가져온 것
-곽효환-
(…) 차에서 첫걸음을 내디딘 일행에게 땀에 전 남루한 옷차림의 한 작은 소녀가 수줍게 들꽃 한 송이를 내밉니다
구걸이 아닌가 하는 당혹감에 잔뜩 경계심을 풀지 못한 낯선 동양인 사내에게 자신을 닮은 꽃을 건넨 소녀는 이내 등을 돌려 저만치 있는 할머니 품에 몸을 숨기고 파란 눈망울을 깜박거리며 슬며시 눈길을 보냅니다
소녀가 건넨 들꽃 한 송이와 초롱초롱한 눈망울에서 내가 잠시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알았습니다 주머니 속 10유로짜리 지폐를 만지작거리다가 끝내 어린 소녀의 얼굴만 가져왔습니다
---------------------------------------------------------
▶곽효환=1967년 전북 전주 출생 1996년'세계일보'에 <벽화 속의 고양이3> 2002년 1월 '시평' 겨울호에 <수락산> 외 5편을 발표하며 등단. 시집으로 '인디오 여인' 여러 권의 공동시집,
지중해 휴양도시 ‘안탈리아’ 근교의 작은 강변 마을에서 점심을 먹기로 되어 있었다. 관광객들이 그곳에 도착하여 버스를 내리는 순간이 짧은 산문에 한 컷의 동영상처럼 담겼고,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았다.
관광객에게 접근하는 원주민은 대개 물건을 팔려는 행상이나 걸인 아니면 소매치기 로 입력되어 있다. 남루한 옷을 걸친 꼬마 계집애가 들꽃 한 송이를 들고 다가왔을 때, 시인은 이 애가 원주민 3부류 가운데 어디에도 속하지 않음을 알고 당황했다.
조건 없이 손님을 환영하는 수줍은 미덕을 거기서 보았기 때문이다. 그 애에게 끝내 돈 한 푼도 주지 못하고, 그 눈망울만 기억하게 되었다는 마지막 고백이 이 산문을 시로 만든다.
<김광규·시인·한양대 명예교수>
joins.com /2014.07.19
http://blog.daum.net/kdm2141/464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