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나무
○김기택○
나뭇가지들이 갈라진다 몸통에서 올라오는 살을 찢으며 갈라진다 갈라진 자리에서 구불구불 기어 나오며 갈라진다
이글이글 불꽃 모양으로 휘어지며 갈라진다 나무 위에 자라는 또 다른 나무처럼 갈라진다 팔다리처럼 손가락 발가락처럼 태어나기 이전부터 이미 갈라져 있었다는 듯 갈라진다
태곳적부터 갈라져 있는 길을 거역할 수 없도록 제 몸에 깊이 새겨져 있는 길을 헤아릴 수도 없이 가 보아서 눈 감고도 알 수 있는 길을 담담하게 걸어가듯이 갈라진다
제 몸통으로 빠져 나가는 수많은 구멍들이 다 제 길이라는 듯 갈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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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택=(1957∼ )1957년 경기도 안양에서 출생 198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 「꼽추」가 당선 시단에 등단 시집으로 『태아의 잠』『바늘구멍 속의 폭풍』『사무원』 , 『소』 『껌』이 있으며 김수영문학상(1995), 현대문학상(2001), 이수문학상(2004), 미당문학상(2004)을 수상
<김광규·시인·한양대 명예교수> joins.com/2014.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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