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숲 아래 있는 내 방 근처가 시끄럽다
직박구리 한 마리 무엇인가 물고 시끄럽다
먼 곳에서 보내온 장난감을 친구에게 자랑하듯
소나무에 앉았다가 전선에 앉았다가
아침이 새의 활기로 어수선하다
한 마리는 전봇대에 앉아
부산한 자기 짝을 점잖게 지켜본다
나는 맛있는 먹이라도 얻은 것일까 집중해 바라본다
그것은 작년 가을쯤에 떨어졌을 참나무 잎 한 장,
저 새가 입에 문 나뭇잎을 내게 선물한다면
어디에 쓸까 생각해 보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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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영=(1970~ )전라남도 완도에서 출생.
2000년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전문가과정 졸업.
200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삐비꽃이 아주 피기 전에〉가 당선되어 등단.
저서로는 동화집 『별에서 온 바위』 (풀그림, 2007)가 있음.
2005년 대산창작기금 받음.
꼬리가 상큼하게 길어 날씬한 유선형으로 보이는 직박구리는 동네에서 멀지 않은
뒷산에 산다. 가끔 먹이를 찾아서 뒷마당까지 날아오기도 한다. 대개 두 마리가 함께
와서 한 놈은 주위를 살피고, 또 한 놈은 낟알이나 과일 껍질을 집어 삼킨다. 때로는
몇 마리가 한꺼번에 몰려 와서 소란스럽게 떠들어 댄다.
예쁘게 생긴 저 회갈색 직박구리들이 어떻게 이처럼 시끄러운 소리를 낼 수 있을까.
이쯤 해서 창문을 닫아버리지 않고, 계속해서 이들을 조용히 관찰하여 지난가을의
참나무 잎 한 장이 떠드는 이유라는 것을 발견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 나뭇잎을
선물로 받을 걱정까지 하는 사람이 바로 시인 아닌가.
<김광규·시인·한양대 교수>
joins.com/2014.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