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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과 -김중식-
사랑이 고통일지라도
우리가 고통을 사랑하는 까닭은
고통을 사랑하지 않더라도 감내하는 까닭은
몸이 말라비틀어지고
영혼이 꺼멓게 탈진할수록
꽃피우지 못하는 모과가
꽃보다 지속적인 냄새를 피우기 때문이다
꽃피우지 못하는 모과가
꽃보다 집요한 냄새를 피우기까지
우리의 사랑은 의지이다
태풍이 불어와도 떨어지지 않는 모과
가느다란 가지 끝이라도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의지는 사랑이다.
오, 가난에 찌든 모과여 亡身(망신)의 사랑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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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식=(1967~)인천에서 출생
문학사상]에「아직도 신파적인 일들이」로 등단
시집-『황금빛 모서리』《경향신문》에 입사 기자로 활동
직장없이 사는 게 꿈’이라며 2년여 동안 무직자로 생존
출판사 아르바이트 등으로 돈을 모아 인도 등지를 배낭여행
『서울의 밤문화』를 집필 '21세기 전망' 동인으로 활동중.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말로는 때울 수 없는 시간이 있다. 창밖에서 들려오던 취객
들의 목소리도 길고양이들의 울음소리도 잦아드는 새벽, 잠들 수 없는 적막 속에서 사랑
의 고통으로 출렁거리는 시간.
몸이 말라비틀어지고 영혼이 꺼멓게 탈진해가는 고군분투의 사랑이 여기 있다. 언제까지
라도 고통을 감내하며,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게 되더라도, 가난에 찌든 몸으로 사랑을
지켜내고야 마는, ‘우리의 사랑은 의지이다’라고 시인은 말한다.
사랑했다, 사랑하지 않았다, 피었다 지는 한철의 사랑이 아닌, 태풍이 불어와도 떨어지지
않는 사랑. 가느다란 가지 끝이라도 끝까지 물고 늘어져 꽃보다 더 지속적인 냄새를 피우
는 모과의 사랑. 말로는 떼울수 없는 시간이 여기 있다.
＜황병승·시인＞
joins.com/2014.09.04
http://blog.daum.net/kdm2141/4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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