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체 -이초우-
검은 구름 알을 슬면 그 알들 지상으로 내려온다 내려오던 영롱한 알 어린 아이들처럼 옹기종기 모여 잠시 언덕 같은 공중에 머물며 부식돼 가는 상현달 바라보고 경배를 한다
두둥실 떠 있는 찬란한 황금달 무쇠 같은 두꺼운 달의 껍질이 부석부석 검붉게 마모돼 간다
어머니로부터 몸의 연을 끊은 탯줄 자국 보일 듯 말 듯 그 마른 자국 머리에 이고 달에게 받은 그림자로 제 몸 만들어 아래로아래로 하강하는 어린 물방울들
-이초우 '해체 '(시집 '웜홀 여행법'·천년의시작·2014)
------------------------------------------------------------
▶이초우=경남 합천에서 출생 부경대 해양생산시스템공학과를 졸업 2004년 《현대시》를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1818년 9월의 헤겔 선생』이 있다. 현재 계간 『낯선시』편집운영위원이다
하늘을 '주역'에서 건위천(乾爲天)이라 한다. 음양(陰陽)을 나타내는 육효(六爻)로 보면 땅은 육효 모두 순음(純陽)인데 반해 하늘은 모두 순양(純陽)으로서 이른바 '용 이 승천하는 가장 길한 괘' 중 하나로 꼽는다. 무엇보다 세상 만물의 시원이며 생명과 생성의 근본인 하늘은, 아버지를 상징하며 그 속성으로 '가장 위대함', '크게 통함', '더없이 굳셈'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시에서도 하늘은 물론, 하늘에서 비롯하는 해, 달, 별, 구름, 바람, 눈, 비 등등의 자연 을 시적 배경으로 하거나 새롭게 이미지화하기도 한다. 뜯어보면, '하늘에서의 검은 구름'이 위로 우러러보면 잠시 '어린아이'같이 맑고 순수한 모습이 되기도 하고 눈부 시게 '찬란한 황금달'이 되기도 하지만, 마침내 본연적 생명의 '자국'으로 빗방울이 되어 지상으로 떨어진다.
※10월부터 연재되는 '맛있는 시'는 '하늘'을 노래한 시를 소개한다. 필자 오정환 시인은 198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시집 '맹아학교' '물방울 노래' '노자의 마을' '푸른 눈' 등을 냈다. 부산작가회의와 부산민예총 회장을 지냈으며 동양 사상에도 조예가 깊다. 오정환 시인 busan.com/2014-10-03
http://blog.daum.net/kdm2141/4946
|